“난 왜 아빠가 없어?” 미혼한부모가 연극으로 답한 ‘우리 엄마’

정지혜 2023. 7. 2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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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

무대 위에서 아이가 말한다.

청소년 미혼한부모들의 성장을 도우며 수년째 동고동락해 온 CJ나눔재단 박정희 프로는 "조금 이른 나이지만 아이를 낳아 양육하기로 선택한 이들이 자신의 꿈을 키우고 아이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이 필요하다"며 "(드림어게인을 통해) 경제적·정서적 고립 위기에 처한 청소년 미혼한부모에게 학업·직업 교육을 제공하고, 문화동아리와 선후배 멘토링 등 정서적 안정과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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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

무대 위에서 아이가 말한다. 엄마는 당황하지만 아빠를 보고 싶다는 아이에게 “그건 힘든 일”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나는 왜 아빠가 없냐’는 아이의 물음에 수많은 미혼모들이 마주했을 현실. 연극은 평소 엄마들이 턱 막혀왔을 질문에 진솔하고 담담하게 답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아이는 자신의 가족을 정상, 비정상의 기준이 아닌, 다양한 가족의 하나로 받아들인다.
23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청소년 미혼한부모들이 인형극 ‘우리 엄마’를 공연하고 있다. CJ나눔재단 제공
23일 오후3시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인형극 ’우리 엄마’가 공연됐다. 한부모가정에서 자란 아이와 홀로 양육하는 한부모에게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 용감하고 멋지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 인형극은 7세 딸을 홀로 키우는 박지수(25)씨가 쓴 동화를 극화한 작품이다. 청소년 미혼한부모들이 털어놓은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3개의 에피소드를 만들고, 이들이 직접 손인형 연기를 펼쳤다.

공연이 탄생한 배경에는 CJ나눔재단의 청소년 미혼한부모 지원사업 ‘드림어게인’이 있다. 2018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드림어게인은 청소년 미혼한부모의 자립과 인식 개선을 위해 교육비와 생계를 지원하고, 문화동아리 활동 등을 진행하는 사업이다. 이번 인형극은 드림어게인 문화동아리 참여자들이 제작했다.

아이도 키우고 학업이나 취업 준비도 해야 하는 바쁜 하루를 보내면서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한 달에 한번 서울로 와 인형극을 연습했다. 인형 탈을 한땀한땀 손수 만들고, 극을 위한 움직임 수업 등에 진지하게 임했다. 막바지 집중 연습 기간엔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협회(인트리) 최형숙 대표가 배우들의 아이들을 며칠간 맡아 돌봐주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공연에서 ‘바다 지호’ 역을 맡은 이다은(24)씨는 “고등학교 때 출산한 이후 ‘조용히 다녀라’는 말을 듣는 등 주변 시선을 신경쓰며 위축된 나날을 보내다가 연극을 하면서 움츠러들 필요 없고 자신 있게 살아도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문화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당당한 엄마들을 많이 본 것이 변화의 계기가 됐다.

이씨는 “처음엔 내가 아기도 키우는데 대놓고 나를 보여주고 하는 게 꺼려져서 스텝으로 시작했는데, 3∼4년이 지나면서 (오늘처럼) 주연에 가까운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며 “이제는 무대 위 나를 누가 보는 것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그는 연극 연습을 위해 아기를 유치원에 보내고 왕복 6시간이 걸려 서울을 오가는 강행군을 소화해야 했지만 “연습하러 서울에 오는 날이면 몸은 피곤한데 신기하게도 새벽에 눈이 번쩍 떠졌다”며 웃었다. 

간호사가 꿈이라는 이씨는 문화동아리를 통해 뮤지컬, 연극을 접하며 “또래들이 쉽게 경험하지 않는 것을 다양하게 해볼 수 있어 좋은 이력이 된다고 느낀다”며 “이번 인형극에서는 제가 평소에 아빠의 부재와 관련해 아이에게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연극으로 말해줄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자신처럼 예기치 않게 부모가 된 또래들에게는 “주변 신경 쓸 것 없이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고 조언했다. 

청소년 미혼한부모들의 성장을 도우며 수년째 동고동락해 온 CJ나눔재단 박정희 프로는 “조금 이른 나이지만 아이를 낳아 양육하기로 선택한 이들이 자신의 꿈을 키우고 아이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이 필요하다”며 “(드림어게인을 통해) 경제적·정서적 고립 위기에 처한 청소년 미혼한부모에게 학업·직업 교육을 제공하고, 문화동아리와 선후배 멘토링 등 정서적 안정과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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