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도스섬 삼킨 산불 ‘3만명 엑소더스’
고대 유적 많은 유명 관광지
발화 닷새 후 해안가로 번져
관광객·주민들 긴급 피난길
슬로바키아 진화 지원에도
폭염으로 ‘통제불능’ 상태로
그리스 로도스섬에서 닷새 전 발생한 산불이 해안가로 번져 주민과 관광객 3만명이 대피했다. 짐은 호텔에 두고 몸만 빠져나온 관광객들도 있었다. 산불은 통제불능 상태이며 추가로 발생할 수도 있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다.
AFP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로도스섬 키오타리와 라도스 인근 해변에는 당국의 대피 명령을 듣고 긴급히 피난길에 나선 주민과 관광객들이 긴 대열을 이뤘다.
로도스는 기원전 4세기부터 전해져온 거대 조각상 등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유적지와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그리스 관광지 중 하나다.
영국인 관광객 안드레아 레이필드는 “해변에서 구조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불길이 해변까지 내려왔다. 해변은 막다른 골목이었고 수백명이 도망치고 있었다”며 “정말 무서웠다”고 BBC에 말했다. 또 다른 관광객 마크 쿡은 “바람이 갑자기 강해져서 (산불 현장에서 떨어진) 5성급 호텔에도 재가 떨어지더니 연기가 밀려왔다”고 전했다.
야니스 아르토피오스 소방서 대변인은 이날 해안경비대 선박 4척과 민간 선박 30척 이상이 투입돼 약 2000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로도스섬에서는 현재까지 3만명이 대피했다. 지역 의회 관계자는 “섬에 전례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피난민들은 섬 북부나 안전한 다른 섬의 호텔, 임대주택, 학교 등에 머물고 있다.
로도스섬 산불은 지난 18일 시작됐다. 중·남부 내륙 산간지대에서 시작된 산불은 이날 오전 바람이 바뀌면서 불길이 커지며 동쪽으로 수㎞ 떨어진 관광지구로 빠르게 번졌다. 최근 그리스를 덮친 산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헬기 5대와 소방대원 200명이 투입돼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에서 온 지원군도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하지만 고온건조한 날씨 때문에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로도스섬 중부 라에르마와 동부 라르도스 등에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으며 주택과 성당, 호텔 등이 불탔다. 남쪽 린도스의 고대 유적지도 산불의 위협을 받고 있다. 기상전문가들은 최소 다음주 금요일까지 산불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스의 다른 지역 상황도 비슷하다.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 전체가 지난주부터 열돔에 갇힌 상태에서 매일 40도 이상의 고온이 지속하고 있다. 아테네 국립 천문대 라구바르도스 콘스탄디노스 연구책임자는 “15~16일간의 폭염을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리스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BBC는 기상학자들이 이번 주말 그리스 기온이 45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 당국은 현재 산불 79건이 발생했으며 추가로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아크로폴리스를 비롯한 관광지 운영 시간도 조정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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