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보호하면 학생 인권 하락’… 편향 프레임에 교실 붕괴 [추락한 교권]
교사에 흉기·수업중 스마트폰 사용 등
논란 때마다 대책 요구에도 성과 없어
‘교사, 학생에 주의 줄 수 있다’ 법제화
“당연한 것, 명시할 정도로 현장 엉망”
일각 “진보 교육계, 교사 보호에 소홀”
학교, 교사 보호보다 문제 덮기 급급
‘선생님이 참아야 한다’ 강요 분위기
정부, 학생인권조례 재정비 추진할 듯
‘남의 일이 아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이후 교직 사회는 며칠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망 전 학부모 전화 등으로 괴로워했다는 제보 등이 이어지자 교사들은 교권 추락과 열악한 교육환경을 성토하고 나섰다. 그동안 꾹꾹 참아 왔던 불만들이 A씨 사망을 계기로 터져 나온 모양새다.
아이와 함께 추모 23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추모객들이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방학 중 방과후교실, 돌봄교실 등의 교육 활동으로 학교에 마련된 분향소를 이날까지만 운영한다고 밝혔다. 최상수 기자 |
교사들은 현재 학교는 학생의 인권이 과도하게 강조돼 교사가 힘을 잃은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웠더니 학부모가 ‘선생님이 친구들 앞에서 자꾸 깨워서 아이가 모욕감을 느낀다’고 민원을 넣었다”고 전했다. 경북의 한 중학교 교사도 “학생의 교내 흡연을 지적했더니 학부모가 ‘요즘 다 피우는데 학교가 무슨 권리로 징계를 주냐’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최근 교원단체의 요구로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은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개정안은 ‘학교장과 교원은 교육목적 달성을 위해 학생 생활 전반에 관한 조언, 상담, 주의, 훈육·훈계, 지시, 과제 부여 등의 조치(학생 생활지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중학교 교사는 “아이에게 주의를 주면 ‘선생님이 무슨 권한으로 이러냐’는 말이 되돌아오는 것이 현실”이라며 “법에 ‘교사는 학생에게 주의를 줄 수 있다’는 말을 넣어야 할 정도로 현장이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교육감 선거의 지나친 정치화, 교원단체의 편향된 정치 행보 등도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학생을 볼모로 자신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키우느라 교육 현장에서 정작 필요한 부분은 소홀히 취급했다는 지적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교육학)는 “민원이 제기되면 학교는 교사를 보호해야 하는데 현재는 대부분 민원을 덮는 데 급급하고 학부모들은 ‘민원만 제기하면 말이 안 돼도 학교가 굽힌다’고 학습하는 구조”라며 “교육부가 구체적인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유나·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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