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40분 전…경찰 ‘궁평 2차’ 출동 지시받고도 안 가
112서 ‘궁평2 지하차도’ 특정
현장에 출동 지령 내렸지만
궁평1 지하차도만 교통 통제
부실 대응 책임 되레 불거져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허위출동했다는 의혹을 받는 경찰이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며 국무조정실의 수사 의뢰를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고 발생 40여분 전 112상황실이 참사 현장인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특정해 지령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오히려 경찰의 부실대응 책임이 커지는 형국이다.
충북경찰청은 23일 브리핑을 열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 발생 당시 관할서인 오송파출소 순찰차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참사 당시인 지난 15일 오전 7시4분부터 9시1분까지 2시간가량 오송파출소 경찰들이 관할 지역을 돌며 침수 도로 인근에서 교통 통제 등을 실시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순찰차를 타고 흥덕구 탑연삼거리, 쌍청리 회전교차로, 궁평1교차로를 통제했으며 아동복지시설 대피 확인도 했다.
경찰은 당시 범람 직전인 미호강 인근에서 진행한 경찰 조치사항은 물론 112상황실과 오송파출소가 주고받은 무전 녹취록도 시간별로 공개했다. 문제는 오전 7시58분이었다. 흥덕경찰서 112상황실은 ‘궁평지하차도가 넘칠 것 같아 차량 통제가 필요하다’는 시민의 신고를 받고 오송파출소 순찰차에 궁평2지하차도를 특정해 출동 지시를 내렸다. 이 지령은 순찰차에 설치된 태블릿PC를 통해 전달됐다.
지령대로라면 경찰은 참사 발생 40여분 전 충분히 해당 도로를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송파출소 직원은 10분 뒤인 오전 8시8분 궁평2지하차도가 아닌 궁평1지하차도 진입로에서 교통을 통제했다. 경찰은 112상황실 지령을 따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왜 오송 2지하차도에 가라는 지령을 받고도 가지 않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말씀드릴 수 없다”고만 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순찰차 태블릿PC가 작동되지 않아 오송 2지하차도로 가라는 지령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경찰의 블랙박스 영상 공개와 관련해 “(해당 사안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외에 별도로 표명할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국조실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112 신고사건 처리 과정에서 중대한 과오가 발견됐고 사고 발생 이후 경찰의 대응 상황 파악 과정에서 총리실에 허위보고까지 이뤄졌다”며 지난 21일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뒤늦게 국조실 분위기를 살피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참사 당일 경찰관들이 수해 피해 지역에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거나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는 오해의 소지를 해소하기 위해 자료를 공개한 것”이라며 “이 자리는 국조실 판단이나 검찰 수사에 대해 반박하고자 마련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폭우로 제방이 터지면서 밀려든 미호강 하천수가 유입돼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이삭·유새슬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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