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붕괴는 별개다
정부·여당이 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학생인권조례 재정비 방침을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일 ‘교권 확립을 위한 간담회’에서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다”며 “시·도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학생인권조례를 중시하는 진보교육감들이 교권을 위해서는 무슨 노력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일부 교사와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도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사생활과 자유를 강조하다 보니 교사의 적극적인 지도와 훈육이 어려워지면서 교권 추락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권과 학생인권은 맞서는 개념이 아니다. 학생들의 권리를 억누르고 과거처럼 엄격한 훈육 수단을 도입해야 교권을 바로 세울 수 있다는 주장은 사안의 본질을 호도할 뿐이다. 교사의 권리와 학생의 권리는 공존 가능한데도 ‘제로섬’인 양 간주하는 것은 교사·학생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특히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2011년 도입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이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루게 하자는 취지다. 두발과 복장 규제, 체벌, 일괄적 소지품 검사를 금지하고 성별과 종교,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학생을 차별할 수 없도록 해 학생과 청소년 인권 신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에 교사가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할 수 없다고 돼 있긴 하지만,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학교규칙을 제정하면 휴대전화 사용을 규제할 수 있다는 조항도 조례에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교권 추락의 책임을 학생인권조례나 진보교육감 탓으로 돌리는 언행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백년대계를 정쟁화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학생·학부모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마음가짐을 가다듬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방종해도 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교사 사망사건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학부모의 갑질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학대로 규정되지 않도록 하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교사가 모욕당하고 교권이 무시되는 학교에서는 학생의 인권도 존중받을 수 없고, 어떤 아이도 바른 인격체로 성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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