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자식 잃은 부모
2010년 연평도 포격전에서 순직한 문광욱 해병대 일병의 아버지 문영조 씨가 이듬해 여름에 연평부대를 방문했다. 문씨의 두 손은 무더위를 식혀 줄 수박을 들고 있었다. 아들 동료들이 죄송하다며 울음을 터뜨리자 문씨는 “너희들은 잘 싸웠다. 광욱이 대신 연평도 잘 지켜라”고 위로했다. 같은 해 아들의 모교에 장학금을 내고 2021년 해병대에도 적지 않은 돈을 기부했다. 명예 해병이 된 그는 “광욱이는 만 18세에 시간이 멈춰버렸지만 아들의 후배들은 사회 생활 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2014년 세월호 사고로 사망한 단원고 교사 남윤철씨 장례식장에 작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조의금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남 교사는 가라앉는 배에서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 주며 대피를 도운 후 시신으로 돌아왔다. 남 교사 아버지는 “생사를 모르는 학생들이 많은데 먼저 빈소를 차린 게 미안할 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남 교사 어머니도 슬픔을 억누르며 말했다. “내 아들, 의롭게 갔으니 그걸로 됐다.” 자식 잃은 부모의 고통은 상상조차 할 수 없기에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덴마크의 역학과학센터가 31만명의 부모를 추적 조사해보니 자녀 잃은 어머니는 18년 내 사망 비율이 40%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심리적 충격과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이다. “새끼 잃은 부모 속 냄새 맡아본 적 있나. 부모 속이 썩어 문드러지면 그 냄새가 십리 밖까지 진동하는 거여.” 영화 ‘괴물’의 주인공 희봉의 말이 명대사로 기억되는 이유다.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을 ‘참척(慘慽)’의 아픔이라고 한다. 충무공 이순신은 아들 면의 전사 소식에 “네가 죽고 내가 사는 것은 무슨 괴상한 이치란 말이냐. 온 세상이 깜깜하고 해조차 색이 바래보인다”고 했다. 소설가 박완서씨는 아들을 잃고 “하느님도 너무하신다”며 통곡했다. “내 수만 수억의 기억의 가닥 중 아들을 기억하는 가닥을 찾아내어 끊어버리는 수술이 가능하다면 이 고통에서 벗어나련만….”
▶경북 예천의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채수근 상병 부모가 육필 편지를 해병대에 보냈다. ”진심 어린 국민 여러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 “유가족을 다독여주신 귀한 말씀들을 기억하며 어떻게든 힘을 내서 살아가 보겠다”고 했다. 해병대 발전도 기원했다. 길지 않은 편지에 ‘감사’가 네 차례나 등장한다. 하늘이 무너진듯한 상황에서 위로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나지막이 기도해본다. 하늘의 위로가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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