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國 청년들… 하나 된 ‘아리랑’… 촉촉이 젖은 서울의 밤
만 34세 이하 글로벌 인재 육성 목표
2023년 3회째… 韓 26명 포함 52명 화합
정현식 작곡가 ‘무의식’ 전 세계 초연
‘임윤찬 스승’ 손민수와 베토벤 협연도
“세계적인 ‘K클래식’ 비결 몸소 체험
기술 뿐 아니라 팀이 되는 방법 배워”
이번 아카데미 참가자들 반응도 비슷했다. 호주에서 온 비올리스트 말레나 스태넙(22)은 “친구들도 저와 같겠지만 오케스트라 공연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한국의 현대음악과 민요, 클래식 고전인 베토벤과 브람스의 음악이 공존한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가 세계 각국에서 모인 것처럼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 시간들이 공존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서 2년 전부터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스태넙은 브람스 교향곡 연주가 끝난 다음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뒤 또박또박 우리말로 인사하며 앙코르곡 아리랑을 소개해 갈채를 받기도 했다. 최연소 참가자인 바이올리니스트 빈센트 리만토로(19·인도네시아)는 “음악적인 기술뿐 아니라 한 팀이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며, 순수 국내파인 바수니스트 조기화(33)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음악으로 소통되는 게 신기했다. 음악만이 가진 특별함으로 느껴졌다”며 KNSO 국제아카데미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특히, 외국 참가자들은 한국이 음악성과 연주 실력이 뛰어난 음악가를 줄줄이 배출하는 것에 놀라워하면서 그 비결에도 주목했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엔(N)스튜디오에서 만난 네덜란드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신 시한(29)은 “유럽에서 한국 음악가들은 이미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결같이 기초가 탄탄하다”며 “오차 없이 정확하고 정교한 연주를 하면서도 자기 개성을 어떻게 가미할지 알고 연주한다”고 호평했다. 이번 공연에서 악장을 맡았던 그는 인도네시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뒀으며,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8)와 같이 공부했다. 인도네시아 명문 반둥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영국 왕립국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있는 아르야 푸갈라(33)도 “한국 음악가들이 국제 콩쿠르를 휩쓰는 현상이 정말 궁금했는데, (와서 보니) 한국 연주자들은 기초가 탄탄해서 어떤 문제나 새로운 상황을 대처하고 해결해나가는 능력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무료 음악교육 프로그램)’ 출신인 첼리스트 앙헬 미구엘(30)은 “베네수엘라에선 악기 소리만 낼 줄 알면 곧바로 오케스트라에 내던져지는데 한국에선 오랜 시간 기초를 닦고 완벽한 연주를 할 수 있어야 단원이 되는 것 같다”며 질서정연하고 철두철미한 교육 방식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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