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범죄 많이 늘어난 세 지역…‘이것’ 늘려도 소용 없었다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2023. 7.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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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CCTV 3만대 늘려도
31개 경찰서중 18곳 범죄 늘어
지능형 CCTV 도입 확대 필요
구속영장 발부된 ‘신림동 칼부림’ 피의자 23일 ‘신림동 칼부림’ 사건 피의자 조 모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최근 ‘묻지마 살인’이나 각종 성범죄 등 곳곳에서 충동형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폐쇄회로(CC)TV가 범죄 예방에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내에 방범용으로 설치된 CCTV 대수는 매년 늘고 있지만, 3년새 성범죄 발생이 늘어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30대 남성이 지나가는 행인에게 칼부림을 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사건이 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는 여론이 많았다.

관악구의 경우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398대의 CCTV가 설치돼 있어 서울시 내에서 2번째로 CCTV가 많은 자치구다. 하지만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악구를 관할하는 관악경찰서에서 지난 3년간(2020~2022년) 발생한 살인은 30건으로 서울시에서 가장 많았다.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오후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방범 역할을 하는 CCTV가 많으면 범죄 예방 효과가 크다는 인식이 있지만 묻지마 살인이나 성범죄 같은 충동형 범죄를 막기엔 역부족임을 보여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충동형 범죄는 CCTV 설치와 같은 일반 예방으로는 어렵다”며 “전과나 정신질환 등 특정 조건이 있는 사람들이 묻지마 살인과 같은 행위를 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사전에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충동형 범죄인 성범죄도 CCTV 설치만으로 예방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내 CCTV는 3년새 3만292대가 늘었지만 시내 31개 경찰서 중 성범죄 발생 건수가 2020년~2022년 사이 증가한 곳은 18곳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이중 성범죄 발생 건수가 많이 증가한 곳은 용산구, 마포구, 서초구였는데 세 곳 모두 CCTV 대수가 매년 늘어왔다.

이 지역구들의 CCTV 대수와 성범죄(강간·추행) 발생 건수는 각각 2020년 용산구 2091대·230건, 마포구 2334대·348건, 서초구 2987대·333건에서 2022년 용산구 2847대·280건, 마포구 2628대·436건, 서초구 4119대·370건으로 CCTV 설치가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범죄는 오히려 더 증가한 셈이다.

서울시 내에서 CCTV가 가장 많은 강남구는 2022년 기준 7243대가 있지만, 3년 연속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성범죄가 발생했다. 관할 경찰서(강남+수서)에서 2020년 708건, 2021년 578건, 2022년 667건이 일어났다.

이에 실시간으로 이상징후를 감지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능형 CCTV 도입 및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오는 2027년 전국에 모든 CCTV를 지능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통합관제센터와 연결된 인공지능 CCTV의 보급률은 24%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절도와 같은 경범죄와 달리 묻지마 살인이나 성범죄 등 충동 조절에 문제가 있어서 발생하는 범죄들은 CCTV로 예방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며 “CCTV가 많은 것이 무조건 좋다기보다는 우범 시간과 장소를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설치하고, 이상 징후를 즉각적으로 감지해 사고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형태 등으로 진화된 CCTV를 더 많이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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