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도 남지 않는 '정체불명 우편물'…"안전 확인될 때까지 배송 중단"
비닐 포장된 통상우편, 매일 3만건 이상 들어와
관세청 통관 강화, 우정본부 배송 중단
전국적으로 주문하지도 않은 해외 우편물이 발송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폭발 의심물, 가스테러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퍼지자 관계 당국에서는 사실 관계 파악에 힘을 쏟고 있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소포 관련 전국에서 접수된 신고는 이날 오후 5시까지 나흘 동안 2,058건에 이른다.
"미확인 우편물 열어 보지 말고 112에 신고"
경찰 조사 결과 우편물의 최초 발신지는 중국 선전으로 선박을 통해 대만을 경유한 뒤 항공을 통해 한국으로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피해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중국 공안에 수사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편물은 성인 손바닥 두 개 정도 크기로 노란색 혹은 검은색 봉투에 'CHUNGHWA POST', 'P.O.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이라고 적혀 있는데 대부분 비어 있거나 충전재 등이 담겨 있었다. 21일에는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에서 독극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우편물이 발견돼 1,7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지만 부상자는 없었다. 경찰은 이 같은 미확인 우편물을 발견하면 열어 보지 말고 즉시 112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관세청도 미확인 국제우편물과 관련해 긴급 통관 강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경찰에 신고된 우편물, 발신자·발송지 정보가 같거나 유사한 국제우편물, 특송화물은 즉시 통관을 보류했다. 또 엑스레이 검사 결과 내용물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되돌려 보낼 계획이다.
"건당 1,000원 수준의 통상우편, 전산 기록 없어"
우정사업본부도 이번 사고와 관련한 해외 배송 우편물의 국내 반입을 중단한 상태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미확인 국제우편물의 경우 크기가 작은 통상 우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우편은 일반 통상우편, 국제특급우편(EMS), 소포우편으로 나뉘는데 이 중 통상우편은 ①가로 세로 높이의 합계가 90cm를 넘어선 안 되고 ②무게도 2kg 이내로 ③일반적으로 봉투 형태의 우편물을 말한다. 나머지 소포 우편은 정상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통상우편, EMS 모두 서류나 소규모 물품을 담은 우편물이지만 통상우편은 훨씬 가격이 저렴한 대신 배송 기간이 매우 길다. 국가마다 다르지만 대략 건당 1,000~2,000원 수준인 반면 EMS는 몇 만 원에 달한다. 또 통상우편은 EMS와 달리 전산 기록이 남지 않는다. 최근 국내에 들어온 우편물 역시 최초 배송지만 적혀 있고 어떤 과정을 거쳐 국내에 들어왔는지 알기 쉽지 않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통상우편물은 1,200만 건이다. 매일 약 3만2,000통의 우편물이 들어오는 셈이다.
가격이 싼 통상우편 형태로 배송되는 만큼 경찰에서는 우편물의 정체가 무작위 시민을 대상으로 한 테러보다는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브러싱 스캠은 해외의 온라인 판매자가 판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유출된 개인정보를 활용해 물건을 보내는 허위 거래다.
"우편물이 비행기로 배송되는 만큼 폭발물 담기긴 어려울 듯"
조사가 더 필요하지만 통상우편이 주로 항공편을 통해 오가는 만큼 가스 형태의 독극물이나 폭발물이 담기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보통 폭발물은 배를 통한 화물 운송 방식을 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행기에 실리는 물류는 관세청에서 엑스레이 투시기 등으로 조사하는 만큼 감지 범위를 넘은 것인지에 대한 조사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충남 천안시 한 가정집에 배송된 대만발 국제우편물에서 가스가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 역시 경찰 확인 결과 가스 검출 등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우편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거나 독극물로 의심되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최초 신고접수(울산) 건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화학, 생물, 방사능 등 위험 물질 분석결과 '음성'이 나왔다"고 전했다.
매일 우편물이 수만 건 들어오는 만큼 사태가 길어질 경우 상당한 물류 혼란도 우려된다. 또 해외에서 발송한 서류나 소품목 우편물의 처리가 중단되면서 일반 이용자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국제우편 물류센터의 크기도 한정돼 있어 시간이 지나면 물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일반 국민들도 기다리는 우편물을 받지 못하는 만큼 하루빨리 경찰 조사가 진행돼 후속 조치를 이어가길 바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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