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지도 아동학대 면책…중대 교권침해 생기부 기재를”

김미희 기자 2023. 7. 2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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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 등 대책촉구 봇물

- 초·중등 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
- 학폭예방법 등 개정논의 가속화
- 교육부, 학생인권조례 정비 방침

- “수업방해 등 도 넘은 행위 학생
- 교실분리·등교중지 후 적응교육
- 폭언 협박 학부모 대책도 절실”

최근 교사 폭행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이 발생하자 정부와 교육계가 교권보호를 위한 사회적 논의에 나섰다. 교원단체들은 아동학대처벌법 개정과 수업방해 학생 교실 분리 등 실질적인 교육활동 보호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전·현직 교사 등 주최 측 추산 5000명이 모였다. 연합뉴스


▮교권침해 막을 시스템 구축해야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원단체들은 수업방해나 교권침해가 있을 때 이를 막을 법적·행정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21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교육부 주최의 ‘교권확립을 위한 현장 교원 간담회’에 참석한 현장 교사들은 “교실 분리, 등교 중지 후 적응 교육을 받게 하고 학부모에게도 교육 참여 의무를 부과하는 법·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폭언 협박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를 신고하고 분리하는 제도 마련도 함께 요구했다.

또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이 교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며 “의심만으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고 교실로부터 분리시켜 설사 무혐의를 받더라도 교사로 하여금 회복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아동학대 관련법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국 시·도교육감들도 지난 21일 ‘교권 보호 다짐 결의문’를 내고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의심만으로 교사를 학생들로부터 분리해 교사의 교육권이 박탈된다는 문제가 있다”며 “즉시 분리 조치는 여타 학생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으므로, 학교 내 아동학대 사안 처리 개선을 위한 아동학대처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활동 보호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그동안 교사의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련 법안 처리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경우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아동복지법상 정서적·신체적 아동 학대, 방임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신고와 관련해 지자체·수사기관 조사 전 담당 교육청의 의견을 청취하는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등 교원 보호 장치를 두도록 했다.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에는 학교폭력 처리 과정에서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교원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당장 교실 현장에서 교사를 보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산의 한 초등교사는 “학급 전화기를 녹음 기능이 있는 것으로 바꿔 달라고 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것부터 바꿔달라”면서 “대부분 학부모 상담이 전화로 이뤄지는데 녹음이 안 되니 증거 효력이 없다. 일부 교사는 추후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통화 내용을 상세히 기록할 정도다”고 말했다.

▮“학생인권 우선하다 교권 침해”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실 현장이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 조항 때문에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에 대한 차별로 인식되고 다양한 수업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도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제정된 후 17개 시·도 교육청 중 서울을 비롯한 6개 교육청에서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과거 권위적이고 억압적이었던 학교 문화 속에서 짓밟힌 학생들의 권리를 되찾아줬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교사가 학생을 훈육할 정당한 수단이 없어지고 교사의 권리를 보호할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교권추락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교육부는 교육활동 침해 학생을 즉시 분리하고, 중대한 침해 행위에 대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개정에도 나설 예정이다. 또 지난해 12월 교사의 학생생활지도 권한을 초·중등교육법에 명시한 데 이어 지난달 같은 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한편 구체적인 지도 방식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문제 행동을 한 학생에게 뒤로 나가 서 있기, 교무실에서 반성하기, 학부모 상담 등 구체적인 지도 방식이 담길 것으로 교육계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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