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화된 이상 기후… 극한 호우 피해, 사전예방에 달렸다

정부, 총리 직속 기후위기 대응 민관합동 기구 신설
미호강 등 충청권 일부 지류·지천 정비 사업 전망
위험도 높은 지방하천, 국가하천 승격 방안도 거론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23일 대전 서구 월평동 만년교 위·아래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지나가고 있다. 김영태 기자

기후 변화에 따라 극한 호우와 극한 폭염이 교차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상 기후'를 '새로운 일상'으로 진단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다.

특히 피해 규모가 큰 수해와 관련 인재(人災)를 막기 위한 사전 예방에 무게가 쏠린다.

정부는 현재 기후위기 대응 차원의 '민관합동 상설기구 신설'을 검토 중이다. 충청권에선 대규모 지류 및 지천 정비 사업 외에도 일부 지방하천의 국가하천 승격 등이 논의된다.

23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빠른 시일 내 정부와 지자체, 민간 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국무총리 직속의 기후위기 대응 민관합동 상설 조직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극한 호우와 화재 등 이상 기후가 대규모 참사 및 재난으로 이어지자, 기존 방재 대책만으론 현 사태에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3일부터 충청권 등을 휩쓴 극한 호우는 충남 5곳, 충북 5곳, 세종 2곳 등 전국 22개 기상관측소에서 이미 일강수량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급격한 기후 변화가 지속되면서 기존 기후 예측 및 재난 관리 체계에 한계를 느낀 정부가 다양한 현장 경험을 갖춘 민간 전문가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극한 호우로 인명 피해가 잇따르자 하천 정비 등에도 대규모 국비가 투입된다.

환경부는 올 하천 홍수 등 재해 및 재난 사고 예방 예산에 1조 2421억 원을 편성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4510억 원으로 책정된 국가하천 정비이며, 국가하천 유지보수에도 2508억 원이 배정됐다. 환경부 수해대응 예산의 절반 이상이 국가하천 손질에 투입된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노후화된 댐 안전성 확보와 치수 향상 등을 위해 1063억 원을 배정했다. 이에 더해 향후 지류 지천 사업의 본격화에 따라 내년도엔 국가하천 정비 예산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충청권에선 오송 지하차도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강의 준설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호강 일대 준설 작업은 지난 2021년 계획 발표 때부터 환경단체의 반발에 제대로 된 속도를 내지 못한 바 있다. 또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영환 충북지사 등도 하천 준설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드러낸 만큼 지역 내 활발한 정비 사업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자체 관할인 일부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할 방침이다.

지방하천의 지류·지천 정비 사업은 지자체에서 정비 예산을 부담하고 있지만, 국가하천 승격 시 100% 국비로 관리된다.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위험 하천 등에 대해 국가하천 승격 문턱을 낮춰 정부 차원의 수해 관리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현재 대전엔 국가하천 4곳과 지방하천 26곳 등이 있다.

일각에선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호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인공물에 대한 전반적인 재난 대비가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이동경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후 급변의 컨트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만든 인공물은 충분히 수해 피해를 예측할 수 있다"며 "오송 지하차도 참변의 경우에도 침수나 배수 펌프의 고장 등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범주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개인의 잘잘못을 논하면 해결책 마련엔 한계가 있다. 이번 호우 피해를 계기로 지하차도를 비롯해 모든 인공물에 대한 사고 가능성을 염두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전지방기상청은 이날 호우특보가 발효된 충청권엔 25일까지 50-100㎜의 강우량이 예상되고, 대전과 충남 일부 지역엔 150㎜ 이상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