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초 발송 국가”…전국 공포에 떨게 한 우편물, 정체는
22일 충남 천안서는 한때 가스검출 논란 소동
소방당국 “특이사항 없어”
대만언론 “대만서 총 2507개 발송”
아직 미발견된 우편물 있을 가능성 높아
23일 경찰에 따르면 대만 등에서 수상한 소포가 배송됐다는 112 신고가 지난 20일 처음 접수된 이후 이날 오전 5시까지 총 1904건의 신고가 줄을 이었다. 경찰은 이 가운데 587건을 수거해 조사 중이며 나머지 1317건은 오인 신고로 확인했다. 소방당국에 접수된 신고건수도 이날 오전 9시까지 1597건이었다. 이 중 소방출동대가 수거한 사례가 54건, 경찰인계가 846건, 기타기관에 인계한 사례가 38건이었으며 오인신고는 659건으로 파악됐다. 양 기관에 접수된 신고를 모두 합하면 중복 신고를 빼고도 2000건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찰은 현재 유관 기관과 함께 신고된 우편물들을 수거해 위험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다만 화학 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보고 있다. 신고된 소포의 경우 립밤 등 저렴한 물건이 들어있거나, 내용물이 없는 채 배송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국내에서 처음 신고된 울산 동구의 장애인 복지시설에서도 대만발 국제우편물로 추정되는 노란색 소포를 개봉한 시설 관계자 3명이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병원에 이송됐으나 곧 증상이 완화됐고 22일 퇴원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정밀 분석에서도 화학·생물·방사능 위험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22일 충남 천안시에서 발견된 국제우편물에서 가스가 검출됐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소방 관계자는 “가스가 검출됐다는 내용은 전달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에서는 합동 조사 결과 특이사항이 없어서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괴우편물을 누가 왜 보냈는지도 의문이다. 경찰은 중국 등 해외 온라인 쇼핑몰이 판매 실적과 평점을 조작하기 위해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무작위로 발송하는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 관련 사건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다각적인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2020년에도 작물 씨앗 등이 담긴 중국발 소포가 캐나다와 미국 등에 무작위로 배송돼 미 당국이 조사에 나섰으나 브러싱 스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한국사회 혼란을 노린 북한측 소행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부 제기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22일(현지시간) 대만중스신문망에 따르면 대만 부총리 격인 정원찬 행정원 부원장은 “형사국의 1차 조사 결과 이 소포는 중국 선전에서 대만으로 화물 우편으로 발송됐고 대만 우체국(중화우정)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보내졌다”면서 “끝까지 추적 조사해 모든 상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중화우정은 “문제의 소포들은 6월23일 배송대행업체가 환적한 것으로, 당시 총 2507개의 소포가 한국으로 발송됐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거한 테러 의심 우편물 등이 수백건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아직 상당수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국가안보실은 23일 오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주재로 관계부처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해외 배송 우편물 관련 후속조치 방안을 의논했다. 이날 회의에선 기존의 해외 배송 우편물 사건과 관련한 제반 사항을 파악하고, 기존의 대응 체계를 점검한 뒤 향후 조치 방안 등이 논의됐다.
관세청은 의심스러운 국제우편물 반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지난 21일부터 국제우편물과 특송물품에 대한 ‘긴급 통관 강화’ 조치를 시행 중이다. 경찰 등에 신고된 우편물과 발신자·발송지 정보가 같거나 유사한 국제우편물·특송화물은 즉시 통관을 보류하고 있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 내용물이 없거나 가치가 없는 물품으로 판단되는 ‘스캠(Scam) 화물’로 확인되는 경우 우정사업본부, 특송업체 등과 즉각 협력해 반송 조치 중이다. 관세청은 또 수상한 내용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경찰에 통보할 방침이다.
안병준·권한울·이희조·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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