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對中 반도체 전쟁 합류… 23개 품목 수출 규제 대폭 강화

강구열 2023. 7. 2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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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23일부터 자국 첨단 제조장비 23개 품목의 대중(對中) 수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 주도 행렬에 힘을 보탰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10월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의 제조장비 수출, 기술공여를 제한한 미국 정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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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급망 봉쇄 정책 동참
세정·노광·검사 등 필수적 장비
반도체 용도 등 신고·허가 받아야
中, 반도체 관련 수입 30% 日 의존
“첨단 반도체 생산 거의 절망적”
中 광물 수출 금지 등 맞대응 전망
반도체 공급망 불확실성 커질 듯

일본이 23일부터 자국 첨단 제조장비 23개 품목의 대중(對中) 수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 주도 행렬에 힘을 보탰다. 중국은 반도체 제조 원료 광물의 수출 금지 등 대항 조치에 나서고 있어 미국, 중국을 주축으로 한 반도체 패권 전쟁이 한층 격화할 조짐이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중국에 반도체 제조장비를 수출하려 할 경우 일본 업체는 이날부터 장비의 사양, 수입처가 그 장치를 사용해 만드는 반도체의 용도 등을 일본 정부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허가 대상 23개 품목은 세정, 노광(반도체 웨이퍼 위에 빛으로 회로를 새기는 기술), 검사 등 반도체 제조 각 단계에서 필수적인 장비들이다. 일본이 강점을 가진 분야로 미국, 한국, 대만 등 42개 국가·지역은 포괄허가에 따라 수출 절차가 간소화되어 있다.

아사히는 “중국에 대한 수출은 경제산업상의 개별 허가가 필요하게 되어 관련 절차가 증가해 시간이 걸리고, 경우에 따라 수출을 할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관련 수입의 30% 정도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카야마 요시아키(高山嘉顯)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중국은 적어도 단기, 중기적으로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 거의 절망적”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10월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의 제조장비 수출, 기술공여를 제한한 미국 정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미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자체를 중국에 넘기지 않는 것은 물론 제조 과정에서 미국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하면 수출을 원칙적으로 막도록 했다. 이런 정책의 연장선에서 제조장비 분야에 강점을 지닌 일본, 네덜란드에 협조를 요청했고 이번 일본에 이어 네덜란드도 9월부터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

중국이 이런 압력에 맞선 대항 조치에 나서면서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중요 인프라에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의 조달 중지를 발표했고, 8월부터는 반도체, 전자부품 소재인 갈륨, 게르마늄, 희토류 등과 관련된 품목의 수출 허가제 실시 방침을 밝혔다.

중국은 러시아와는 양자 협력을 강화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날 보도했다. 양자 기술은 양자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한 혁신 기술로,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에 놓여 있기도 하다.

SCMP는 미국의 양자 분야 제재로 러시아와 중국 과학자 사이에 새로운 연대가 구축됐고, 러시아 양자 과학자들이 중국에서 일부 핵심 부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러 양자 협력에는 한계도 있다는 지적이다. 서방의 추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협력이 비밀리에 진행될 수밖에 없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안전 우려 탓에 러시아행을 취소한 중국 과학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미·중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에서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현지 취업 대신 귀국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도 전했다. 양국 간 정치적 불확실성 고조와 함께 중국이 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귀국 유학생에게 더 나은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고 SCMP는 분석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이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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