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시대’ 열렸다... 방수현 이후 29년만에 코리아 오픈 2연패
세계 여자 배드민턴에 ‘안세영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여자 단식 세계 랭킹 2위 안세영(21·삼성생명)이 23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BWF(국제배드민턴연맹) 코리아 오픈 결승전에서 세계 4위 타이쯔잉(대만)을 게임 스코어 2대0(21-9 21-15)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패(連覇)다. 한국 선수가 2년 연속 코리아 오픈 우승을 한 건 1993~1994년 방수현 이후 29년 만이다.
안세영은 이날 결승전에서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등에 업고 타이쯔잉을 압도했다. 강점이었던 수비력에 더해 공격력까지 손색이 없었다. 안세영은 경기 시작 38분 만에 승부를 결정짓고 코트에 무릎을 꿇고 포효했다. 귀에 손을 갖다 대면서 관중 반응을 유도하고, 유니폼 등에 적힌 이름 영문 이니셜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등 승리의 기쁨을 주변과 나눴다.
안세영은 올해 출전한 9개 국제 투어 대회 단식에서 8차례 결승에 올라 6번 우승했다. 현 세계 1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 3위 천위페이(중국)가 우승을 각각 2회, 1회 차지했다. 안세영은 올 들어 경쟁 상대인 야마구치와 천위페이에게 전과 달리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둘은 그동안 안세영의 ‘천적’으로 통하며 번번이 좌절을 맛보게 했던 장본인들. 안세영은 지난해까지 야마구치에게 5승 10패, 천위페이에게 1승 8패를 거둔 바 있다. 천위페이는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야마구치는 세계선수권 2연패(2021~2022)를 해낸 선수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천위페이와는 지난 22일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만나 게임 스코어 2대1로 이겼다. 야마구치는 지난달 싱가포르 오픈 결승에서 꺾었다. 올해만 따지면 안세영은 야마구치에게 상대 전적 3승 2패, 천위페이에게 4승 2패로 앞서고 있다. 8월 세계선수권대회와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이유다.
안세영은 올 시즌 들어 약점으로 꼽혔던 공격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체력도 좋아져 경기 후반부 실수로 점수를 내주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특히 게임 이해도가 높아졌다. 김학균 배드민턴 국가대표 총감독은 “세영이가 경기 도중 스스로 어떤 점이 잘되고 잘 안 되는지 파악하고, 자신의 플레이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읽으면서 경기를 한다”며 “현 세계 랭킹 1~4위 선수들 신체 능력은 거의 같은 수준이다. 게임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올해 세영이가 가장 압도적인 활약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우승 후 “준결승에서 많이 뛰기도 했고 타이쯔잉이 기술이 좋은 선수라 긴장했다. 그러나 경기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서 잘 풀렸다”며 “한국 팬들 앞에서 우승해서 기분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대회를 앞두고 남자 선수들과 연습하고 체력 훈련 강도를 높였다는 그는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훈련한 게 이렇게 성과로 나타나니 믿음이 생긴다.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했다. 세계 1위 자리와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욕심이 나느냐는 질문에는 “세계 1위가 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 큰 메달을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안세영은 25일 개막하는 도쿄 오픈에서 시즌 7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안세영 경기에 앞서 열린 여자 복식 결승전에선 세계 3위 김소영(31·인천국제공항)-공희용(27·전북은행) 조가 세계 1위 천칭천-자이판(중국) 조에 게임 스코어 1대2(10-21 21-17 7-21)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첫 게임을 내준 뒤 수비 집중력을 높여 동률을 이뤘지만, 끝내 중국 조의 강공을 막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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