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바빠서”… 직장인 절반 휴가 포기

업무 과중·회사 눈치 등 이유도
저직급·비정규직일수록 더 심해

직장인 절반 이상이 경제적인 여유 부족이나 업무 과중 등의 이유로 여름휴가를 포기하거나 아직 계획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유명 광고문구가 나온 지 20여년 가깝게 흘렀지만 직장인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는 43.9에 그쳤다. ‘여름휴가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19.8%였고,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36.3%였다. 특히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거나 저직급·저임금·비정규직일수록 휴가 계획을 세웠다고 답한 비율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여름휴가를 포기하거나 계획을 보류한 응답자(561명)에게 이유를 묻자 10명 중 6명(61.9%)이 “휴가를 갈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이 밖에 △“바쁜 업무로 휴가 사용 후 업무 과중이 걱정돼서”(17.8%) △“연차 유급 휴가가 없거나 부족해서”(12.8%) △“휴가를 사용할 경우 회사에 눈치가 보여서”(7.5%) 순으로 나타났다.

연차휴가의 사용은 노동자의 권리이지만, 휴가 사용 관련 갑질을 경험한 직장인도 많았다. 지난 상반기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이메일 제보 941건 중 103건은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가지 못하게 막거나 원치 않는 시기에 연차 사용을 강요하는 회사 측의 부당한 압력을 폭로하는 내용이었다. 간호사라고 밝힌 한 제보자는 “선임이 연월차를 마음대로 끼워 넣어 친구들과 놀러도 못 가고, 여름휴가도 갈 수 없는 현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작년까진 여름휴가가 5일 있었는데, 올해 여름휴가에 대해 문의하니 본부장에게 이제 휴가가 없어졌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휴식을 위한 휴가 사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고용 형태, 사업장 규모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여름휴가를 누릴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동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