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빵 이어 이번엔 치킨값?…업계 "배달비 먼저 잡아야"

주동일 기자 2023. 7. 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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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외식 업계 "인하 계획 없다"
배달료·가스비 계속 올라 부담 여전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서울 시내 한 치킨 가맹점에서 점주가 치킨을 튀기고 있다. 2022.03.2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정부의 물가 안정화 요청 대상이 밀가루를 주원료로 쓰는 라면·빵·과자 업체를 넘어 치킨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닭고기 공급 확대를 위해 공급사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치킨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종 불공정 관행 등을 조사하면서 사실상 '프랜차이즈 치킨값 안정화' 권고 시그널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공통적으로 "가격을 내리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란 입장이다. 육계 가격이 최근 소폭 내려간 것은 맞지만 전년과 비교했을 때 두배 수준으로 높은데다, 전기·가스비 및 임대료 등 부담이 너무 높다는 설명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3일 하림·사조원 등 닭고기 주요 공급사 10곳과 '닭고기 공급 확대를 위한 수급조절협의회'를 열고 치킨의 주원료인 육계 등 닭고기 공급 확대 요청을 했다. 이들 업체는 연간 국내 닭고기 생산량의 75%를 차지한다.

이에 닭고기 업계 1위인 하림은 곧바로 닭고기 공급을 늘리기 위해, 병아리를 얻기 위한 달걀인 '종란' 수입을 추진키로 했다. 다음달 21일부터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서 매주 종란을 30만개씩 수입해, 8주 동안 총 240만개 공급할 계획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집중호우에 따른 농축산물 피해지원 및 수급 안정 방안과 관련해 "최근 가격이 불안한 상추·시금치·닭고기와 대체 품목인 깻잎 등에 대해서는 수급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최대 30% 할인 지원을 통해 서민 물가 부담을 경감토록 하겠다"며 "닭고기는 할당관세 3만t을 8월 내 전량 도입하고, 추가 도입 절차에 착수해 단기 수급 불안을 최소화 하겠다"고 언급했다.

하반기 닭고기 공급량이 늘어나 가격 안정이 될 경우 치킨값 인하에 대한 요구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어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실제 정부가 라면 업체 등에 가격 인하를 권고했을 당시에도 국제 밀 시세 안정화를 근거로 들었던 바 있어서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외식업 등 21개 업종을 대상으로 가맹 분야 실태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치킨 등 외식 업종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관련 업계가 긴장하는 분위기다. 구체적으론 필수 품목 현황과 법 위반, 표준계약서 사용 여부, 불공정 관행 개선 체감도 등을 조사한다.

하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들은 원부자재 부담이 높아 현재로선 가격을 내리는 게 무리라는 반응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육계 가격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육계 가격이 소폭 내리긴 했지만 작년 동기보다 두배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흔히 사용하는 9~10호 크기 냉장 육계 가격은 1㎏ 기준 지난해 9월 3000원에 그쳤지만, 현재 4692원이다.

인건비와 배달비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치킨은 다른 업종보다 업무가 고된 편이어서 시급을 많이 줘야 사람들이 지원한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에 육박하는 등 인건비가 계속 오르면서 본사와 자영업자들이 함께 감내하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배달플랫폼을 이용하면 소비자가 배달비로 3000원 정도를 낼 때 점주도 3000원을 함께 부담한다"며 "배달앱 목록에서 최하단으로 내려가지 않으려면 광고를 해야하는데 매달 평균 200만~400만원 정도가 들어 부담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가스료와 전기료를 지적했다. 그는 "기존에 가스비가 80만원 정도 나왔다면 요즘엔 가스비가 오르면서 최근 130만원까지 나온다고 한다"며 "전기료도 거의 1.5배 든다"고 설명했다.

임대료 부담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오피스와 모든 상가 유형의 임대료는 전분기보다 올랐다. 중대형 상가는 ㎡당 5만2200원으로 0.3% 올랐고, 소규모 상가는 ㎡당 4만9000원으로 0.23% 뛰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임대료 등이 모두 높은 가운데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의 소득 수준도 낮아지는 분위기여서 쉽게 가격 조정을 하긴 어려운 현실"이라고 전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소득 지수는 2019년 4분기를 100으로 잡았을 때 지난해 2분기 97.9, 올 1분기 92.2로 감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d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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