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다했다"…경찰, '오송 참사' 부실 대응 의혹에 블랙박스까지 공개

23일 충북경찰청이 오송 참사 당시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당시 경찰의 활동 모습을 공개했다./뉴시스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부실 대응' 의혹을 받는 경찰이 당시 순찰차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며 항변에 나섰다.

충북경찰청은 23일 오후 브리핑에서 사고 당시 오송파출소 순찰차 1대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미호강 주변 침수 도로에서 교통 통제와 지역 주민 대피를 위해 최선을 다해 분주히 움직였다"고 말했다.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는 '미호천교 범람이 우려된다'는 등 피해 신고를 접수한 순찰차가 참사 당일인 15일 오전 7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오송읍 쌍청리 회전교차로, 궁평1교차로 등지에서 교통 통제 등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등에 따르면 당시 미호천교 임시제방 공사 감리단장 A씨는 7시 58분 112에 전화해 "미호천이 넘칠 것 같다. 궁평지하차도에 차량 통제가 필요하다"고 신고했다.

흥덕경찰서 112상황실 관계자는 경찰이 사용하는 지도 시스템(폴맵)에 궁평지하차도를 입력해 미호천교와 가장 가까운 '궁평2지하차도'로 출동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순찰차는 궁평2지하차도로 가지 않았다. 당시 순찰차는 비슷한 시각에 접수된 "사람이 쓰러져 있다", "차량이 역주행하고 있다" 등의 신고를 처리한 뒤 강물에 침수된 궁평1교차로에서 교통 통제를 했다.

이후 흥덕경찰서 112상황실은 신고 접수 10여분 만인 오전 8시8분쯤 해당 신고를 '도착 종결' 처리했다. 흥덕서 상황실이 당시 파출소 직원들이 궁평2지하차도에 도착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순찰차는 오전 8시 37분 '지하차도에 물이 들어찼다'는 신고가 들어올 때까지 궁평1교차로 등지에서 교통 통제를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했는지 확인 없이 신고를 종결한 이유에 대해 경찰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고 답했다.

충북경찰은 사고 직전 '지하차도 긴급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있었는데도 미흡하게 대처해 참사를 초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무조정실도 사건 처리 과정에 중대한 과오가 있고 허위 보고까지 이뤄졌다며 경찰관 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한편 지난 15일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선 인근 미호강 미호천교 임시 제방이 무너지면서 6만 톤의 물이 유입됐다. 이 사고로 주행 중이던 시내버스와 화물차 등 차량 17대가 침수돼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