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칼럼] `무상 시리즈` 재미 본 이재명의 추경 포퓰리즘

2023. 7. 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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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신문총괄 에디터

성남시 의회가 취업역량 강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성남시 청년기본소득 지급 조례 폐지 조례안'을 가결했다. 2016년부터 시행한 '청년수당'을 없앤 것이다. 청년기본소득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시 시작한 것으로, 만 24세 성남시 거주 청년에게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최초 명칭은 '청년배당'이었다. '청년배당'으로 재미를 본 이 대표는 '무상급식' '무상교복' '무상기본소득' 등 '무상 시리즈'로 경기지사와 대선 후보를 거쳐 제1야당 대표직을 거머쥐었다. 이재명의 '청년배당'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포퓰리즘의 시작을 알린 신호탄으로 필자는 기억한다.

모든 경제위기는 '부채'(빚)에서 비롯된다. 개인이든 국가든 과도한 빚은 '파산'으로 결말맺기 마련이다. 거대 야당이 빚을 내 나라살림을 하자는 추가경정예산(추경)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35조원 규모의 추경안 편성을 공식 제안했다. 고금리 피해 회복 12조원, 고물가 에너지 부담 경감 11조원 등 정부 예산외로 돈을 더 쓰자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최근 수해복구비라는 명분을 추가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국민의힘은 나라살림 건전화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수해복구도 빚을 내는 대신 재난대책비, 예비비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 5월말 기준 국가채무가 1088조7000억원으로 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52조원을 넘어서는 등 나라살림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만해도 660조2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36.0%에 그쳤다. 그런데 문 정권 5년동안 무려 400조원이 불어 지난해말 기준 1068조8000억원으로, GDP 대비 49.7%로 치솟았다. 2028년엔 60%에 육박할 전망이다.

가계부채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한국은행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빚 비율이 105.0%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아, 이를 방치하면 성장률이 떨어지고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대한민국이 '빚으로 지은 집'이 돼가고 있다. 미래는 '빚의 홍수'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스는 2009년 재정 위기를 겪었다. 좌파 정치인인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가 복지 등에 혈세를펑펑 써대면서 나라빚을 GDP 대비 110%대로 늘렸던 게 원인이었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그리스가 정상국가로 복귀한 데는 국민들이 2019년 알렉시스 치프라스라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을 버리고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현 총리를 선택했던 게 결정적이었다.

치프라스는 최저임금과 연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달콤한' 공약을 내걸었으나 포퓰리즘의 후유증을 체험한 국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반면 미초타키스는 감세, 외국인 투자 유치 등 시장친화적 정책으로 경제를 부활시켰다.

그리스와 달리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에 이어 또다시 포퓰리스트 성향인 노조활동가 출신 니콜라스 마두로를 대통령으로 선택함으로써 국민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남미의 또다른 자원 대국인 아르헨티나도 후안 페론 이후 이어진 포퓰리즘으로 국가부도 위기가 일상화됐다.

정치인들은 달콤한 공약으로 국민들을 유혹하기 마련이다. 국익보다는 선거에서의 당선이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돈으로 표를 사는 매표 행위라는 비판에도 불구, 추경을 통해 막대한 세금을 살포함으로써 승리한 경험이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 중 '부채의 화폐화'(monetization of debt)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추경 등으로 정부 빚이 늘어나도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 갚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이런 모습은 파판드레우나 차베스와 꼭 닮아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문재인 정부처럼 빚내가며 펑펑 미래세대 몫을 앞당겨 쓸지, 한푼이라도 아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할지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강현철 신문총괄 에디터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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