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폭등·폭락에도 균형적 분석 백미… "영끌 MZ세대 위로하고 싶었어요"
기자때부터 부동산 관련 29년… 시장참여자 심리적 갈등 짚어내
"똑똑하고 잘난 사람도 상투잡아… 평범한 자신 괴롭히지 말길"
"아파트 재태크 잔혹사는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10년 전에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통을 겪더니 이번에는 자식 세대인 MZ세대가 힘겨워합니다. 이들이 '집'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싶다는 마음으로 책을 썼습니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29년간 분석하고 진단해온 국내 대표 부동산시장 전문가인 박원갑(58·사진)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그가 자신의 7번째 책인 '박원갑 박사의 부동산 심리 수업'을 선보였다. 이번 책은 집값 급등 시기에 조급함으로 인해 일명 '영끌'로 내집을 마련했지만 이후 덮친 고금리에 힘겨워하는 MZ세대를 위로하고 싶은 고민 끝에 나왔다.
박 위원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강원대에선 부동산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이론 지식을 쌓았다. 세계일보와 문화일보, 중앙일보 조인스랜드에서 부동산 취재기자로 활동했으며, 이 후에는 스피드뱅크 부사장 겸 부동산연구소장, 부동산1번지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는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으로 일하며 한국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합리적인 낙관론에 근거해 분석하는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폭등과 폭락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장수하는 전문가'로고 불릴 정도로 중립적인 태도로 시장의 흐름을 짚어낸다.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흔히 "부동산은 심리"라고 말한다. 이 책은 '손해보고 팔기 싫다', '부동산 침체 시 거래부터 줄어든다', '입주 물량 늘면 집값이 급락?' 등 시장이 언급하는 부동산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내면서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 갈등의 깊이를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가격도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를 찾습니다. 그러나 함부로 예측하면 안됩니다. 역대 주택시장에서 크게 출렁였던 4번 중 3번이 모두 외부쇼크였기 때문이라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박 위원은 시장이 단기적으로 '집단광기'에 휩쓸려 요동칠 수는 있지만 오래 지속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초심자의 행운'처럼 한두번의 성공을 너무 과신하지 말고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다만 급등 혹은 폭락을 조장하며 편향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은 멀리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구매력을 갖춘 유효수요가 부동산 가격을 좌우하는 것"이라며 "하락세력이 집단화한다고 해서 시장가를 끌어내릴 수 없고, 특히 매매는 냉철하게 균형의 추를 가져가야 한다. 의심은 필수이고 믿는 것은 선택"이라고 전했다.
요즘 시장 분위기에 대해서는 "올해 상반기가 '세일기간'에 해당했다"며 그만큼 헐값 매물이 급매로 소진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거래가 늘면서 부동산 시장이 상승 기조로 전환한 듯이 보이지만, 하반기 시장은 소강국면으로 V자형 상승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 상승장은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 2013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거의 쉼없이 위를 향해 달려온 터라 지쳐있다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을 뛰다가 겨우 열흘 정도 쉬는 상태나 다름없다"고 비유하며 "더블딥이나 욕조형 하락 등도 나타날 수 있지만 아무도 미래는 모른다. 중요한 것은 대세 상승으로 가기에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빚으로 집을 매수해 고통을 겪는 자녀 세대를 '영끌 푸어'라고 정의한 박 위원은 "집을 재화로만 볼 것이 아니라 '홈'(Home)과 '하우스'(House) 비율을 조정해 관점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단기간에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행복을 찾을 수 있을 방안을 제시했다.
일단 '집값으로부터의 거리두기'다. 가격을 아예 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가격대에 너무 함몰되지 말라는 조언이다. 이어 '집 사랑꾼'이 될 것을 주문했다. 집은 삶의 안식처인 '홈'의 개념과 투자재인 '하우스'의 기능을 함께 갖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홈'으로의 완전한 귀환은 어렵겠지만 이 비중을 50%대 50%로 맞추는 것이 어떻겠냐는 생각의 전환을 추천한다.
박 위원은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영영 못 살 것 같다는 '상황의 압력'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드물다"면서도 "본인보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도 상투를 잡는다. 당신은 평범한 사람이니 자신을 그만 괴롭히라"고 MZ세대를 위로한다.
다만 갭 투자자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영끌 자가'와는 달리 갭 투자자는 자기 용서보다 자기 책임이 먼저"라며 "갭 투자자는 세입자로부터 빌린 돈(보증금)을 돌려주는 '자기 책임'부터 다하고 자신을 용서해도 늦지 않다"고 일갈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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