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건축 용적률·층고 `고무줄`… 애꿎은 주민들만 혼란

김남석 2023. 7. 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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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이촌·대치 등 정비 사업
조합, 기준이상 용적률·층고 결정
서울시가 먼저 초과 높이 제안도
"지침 일관성 없어" 비판 목소리
서울시 서초구 아파트 재건축 모습. 연합뉴스 제공.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기준을 초과하는 용적률과 층고 등을 제안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명확한 지침을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들에서 기준을 넘긴 설계를 선택한 곳이 많아 혼란이 커질 전망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진행된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 총회에서 희림건축 컨소시엄을 설계업체로 선정했다.

서울시가 지침 위반으로 해당 업체를 고발하고, 공모 절차 중단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조합은 총회를 강행했다.

희림건축은 조합에 최대 용적률 360% 최고 72층에, 건폐율 73%로 18개동 총 5974가구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에서 제시한 용적률 300%(제3종주거지역)과 50층 내외 층수를 훌쩍 뛰어넘는 설계다. 또 소셜믹스를 위해 시가 구상했던 공공주택도 포함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주민을 현혹하는 설계안이라며 이례적으로 해당 업체를 사기미수와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고, 설계사에 대한 징계도 요청했다. 지난 14일에는 대변인이 긴급 브리핑을 열고 압구정3구역을 포함해 정비사업 설계사, 시공사 선정에 분명한 원칙을 세워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조합이 서울시의 고발과 공모 중단 시정명령에도 투표를 강행하고, 희림건축의 설계안을 최종 선택하면서 관련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앞서 시공사를 선정한 주요 재건축 사업장 역시 서울시 지침을 초과하는 설계를 선택한 곳이 많아 업계의 혼란도 예상된다.

지난해 1월 GS건설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 조합에 최고 68층의 설계안을 제시해 시공사로 선정됐다. 당시 서울시의 한강변 높이 규제 35층의 2배 수준의 설계안이었다.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 역시 지난해 11월 최고 118m 높이를 제안한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한남뉴타운의 현재 높이 제한은 90m다. 한남뉴타운은 지난 6일 서울시가 발표한 고도제한 완화조치 대상지역에서도 빠졌다.

서울시의 일관성 없는 규제적용이 시장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그동안 민간사업장의 설계·시공사 선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가 직접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신속통합기획에서조차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현 지침 이상의 높이를 제안하기도 했다.

시는 작년 11월 대치 미도아파트 신속통합기획안에서 최고 50층 높이를 제시했다. 여기에 현재 시가 추진 중인 혁신 디자인을 통한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층수와 용적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서울시는 미도아파트 신통기획에 35층 높이규제를 폐지한 '2040도시기본계획'을 선반영했다. 2040도시기본계획은 2달 뒤인 올 1월에야 공고됐다. 하지만 50층 미도아파트를 위해 필요한 '도시·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은 지난해 12월 주민공람 절차 이후 멈춰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각 사업지의 정비계획은 상위 개념인 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작성해야 한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정비계획을 선반영할 근거는 없다. 당시 서울시 측은 올 상반기 정비계획안을 공고할 예정이라며 50층 신통기획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압구정3구역 설계공모 과정에서 서울시가 지적한 '과대포장과 무책임한 낚시성 계획안'을 서울시가 직접 제안한 것이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설계사, 시공사 선정의 원칙을 세우겠다고 밝히면서 업계와 조합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설계와 시공사 선정 이후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정비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유연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은 최소 5년, 최고 10년 이상 소요되는데 현재 지침에만 초점을 맞추면 지침이 바뀔 때마다 설계를 다시해야 하는 불편이 생긴다"며 "현재 지침에 맞춘 원안과 향후 바뀔 가능성이 높은 지침을 고려한 대안설계를 모두 제출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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