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역대급' 외화채권 만기도래, 한은 "상환 어려움無, 높아진 이자는 부담"
신용도·외화유동성 볼 때 상환 어려움 없어
美 국채금리 상승으로 높아진 이자는 부담
상반기엔 민간기업 중심으로 채권발행 늘어
133억달러 순발행, 해외투자자금 조달 수요↑ 영향
한국은행 국제국 외환건전성조사팀(전재환 차장·심영섭 과장·차준영 조사역)은 21일 한국은행 공식 블로그에 게시한 '최근 외화채권 동향 및 상환 여검 점검' 글을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화채권을 발행하면 국내에 외화유동성이 공급되는 한편, 외환부문 건전성 지표인 외채는 증가한다. 외화채권이 늘어나면 상환 부담이 커져 외환부문 잠재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하반기 외화채권 시장의 특징은 예년보다 훨씬 큰, 223억달러 채권의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달에는 최근 몇년새 최대 규모인 78억달러 만기가 도래한다. 또 2026년까지 매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400억달러 채권 만기가 예정돼 있다.
외환건전성조사팀의 평가는 "상환(차환발행)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외화채권의 주요 발행 주체가 신용도가 높거나 외화유동성에 여유가 있는 은행과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또 국책은행 등 은행의 발행 여건이 다소 나빠지더라도 일정 규모는 상반기에 미리 확보한 자금이 있다.
기업들은 만기도래 시기에 맞춰 외화채권을 차환발행하거나 외화대출을 통해 상환할 계획이다. 외환건전성조사팀은 "지난 14일까지 18억6000만달러가 만기 도래한 가운데 26억2000만달러가 발행돼 7억7000만달러가 순발행됐다"며 "상환(차환발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외화채권 발행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상승은 부담이다. 벤치마크 금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2022년 평균 2.9%→2023년 상반기 평균 3.6%)하면서 올해 상반기 외화채권 평균 발행금리도 4.9%로 올랐다. 2022년 3.6%에 비해 1.3%p 상승한 것이다.
하반기에 만기 도래하는 외화채권의 평균 발행금리가 3% 안팎인 점을 고려할 때 차환발행하는 경우엔 이자비용이 큰 폭 증가할 전망이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하반기 정책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양적긴축이 이어지면서 외화채권 발행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 이 경우 외화채권 발행기관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 재무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
외환건전성조사팀은 "작년에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순발행 규모가 가장 컸지만 올해는 민간기업과 공기업이 해외직접투자자금, 운영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로 순발행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간기업이 해외직접투자 재원 조달을 위해 만기 5년 이상의 외화채권을 대폭 확대했다.
반면 보험사 등 비은행금융회사는 올해 신종자본증권을 중심으로 채권을 순상환했다. 지난해 흥국생명 사태와 올해 3월 크레디트 스위스 코코본드 상각으로 투자자들의 신종자본증권 투자심리가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외환건전성조사팀은 상반기 외화채권 순발행에 대해 "수요 측면에서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신용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중국 경기둔화 우려로 중국 채권 수요가 일부 유입됐다"며 "공급 측면에선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해외직접투자 등으로 은행·기업의 외화자금 필요성이 크게 늘어난 점이 호조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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