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통일부 때리기…통일부가 ‘적’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적’을 대하듯 통일부를 옥죄고 있다.
윤 대통령의 ‘통일부 때리기’는 크게 장관 교체와 조직 축소, 조사라는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윤 대통령은 북한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온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김정은 정권 타도”와 “북한 체제 파괴” 등 ‘평화적 통일정책 수립·추진’을 규정한 헌법(4조)에 반하는 주장을 해왔다.
둘째 ‘통일부 인력 150명 감축, 개성공단지원재단 해산,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운영비 30% 삭감’ 등을 통한 대규모 조직 축소다. 대통령실은 통일부의 교류협력 지원 기관 해산·불능화 조처를 주도하고 있다. 셋째,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을 통한 통일부 교류협력 담당 간부, 실무자들에 대한 고강도 조사와 징계, 인사다. 통일부 내부는 어수선하다. 여러 통일부 관계자는 23일 “분위기가 너무 뒤숭숭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통일부 조직 축소는 윤 대통령이 뜻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윤 대통령은 김영호 후보자 지명 뒤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28일 국무회의에서는 “북한에 단돈 1원도 줄 수 없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이 최근 통일부에 통보한 ‘인력 150명 축소 지시’는 통일부 안에 있는 남북 교류, 협력 관련 부서들을 겨냥한 것이다. 150명은 통일부 전체 인력(617명)의 24.3%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통일부 암흑기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 때 15% 감축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통일부는 “확정된 내용은 없다”지만, 이미 ‘실’에서 ‘국’으로 격하된 교류협력국,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회담본부 등 대화·교류협력을 맡은 조직이 주된 표적이다. 대통령실은 개성공단지원재단은 ’8월까지 해산’,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엔 운영비를 ‘올해 20%, 내년 30% 이상’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고강도 조직·기능 축소가 대통령실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영호 후보자는 지난 21일 국회 인사청문회 때 <한겨레>의 ‘통일부 인력 150명 감축 추진’ 보도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처음엔 “모르는 사항”이라 했다가 배석한 간부의 쪽지를 받고 “(보도의) 정확성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 통일부 관계자는 조직 감축안을 준비하는 문승현 통일부 차관이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관 후보자는 조직 축소의 구체적 내용을 모르고, 차관은 떠밀려 앞장서는 형국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정세 변화에 대비해 수십년간 축적된 통일부의 전문성을 보존해야 한다”며 “정권의 정책 기조에 맞춘 기능 조정은 그렇더라도 인력 감축은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통일부에 “이제 통일부가 달라질 때”라며 중심 업무 변화도 주문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5일 제2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국내단체들이 (북한) 통일전선부의 지시를 받아 간첩행위를 했다는 발표가 있었다”며 “대응 심리전”을 통일부에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자유총연맹 69주년 창립기념식 연설에서 “종전선언 추진은 허황된 가짜평화 주장”이라며 “자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에 호응하듯 김 후보자는 인사 청문회에서 “통일부가 가장 강화해야 할 부분은 정보분석”이라며 조사·분석·통일교육 기능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적 통일정책 수립·추진이라는) 헌법 규정을 명심하고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을 추진하겠다”면서도 “남북관계는 적대관계”라고 거듭 주장했다.
다른 전직 통일부 장관은 “평화통일은 헌법정신이고 통일부는 남과 북이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서로를 군사적으로 공격할 정도로 적대적이던 1969년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 공격은 평화관리와 통일기반 조성이라는 통일부의 존재 이유는 물론 역사에 무지한 폭거”라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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