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 입고 거리 나선 선생님들 “생존권 보장” [추락한 교권]

김유나 2023. 7. 2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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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교권침해는 생존권의 문제'라며 거리로 나섰다.

그간 교권 문제와 관련해선 교원단체 중심의 대응이 일반적이었지만, 얼마 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뒤 평범한 교사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A씨가 사망 전 학부모 민원으로 힘들어했다는 제보가 전해지면서 교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교육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를 만들었고, 추모행사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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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교사·교대생 5000여명 주말 집회
교권 침해·악성민원 고발… 대책 촉구
교사들이 ‘교권침해는 생존권의 문제’라며 거리로 나섰다. 그간 교권 문제와 관련해선 교원단체 중심의 대응이 일반적이었지만, 얼마 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뒤 평범한 교사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사건이 교직 사회에 던진 충격파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슬픔·분노로 끝낼 일 아니다” 지난 22일 전국의 교사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추도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교사들은 ‘교사 생존권 보장’ 피켓을 들고 진상 규명과 교권 확립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뉴시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는 교사와 교대생 5000여명이 모였다. 한낮 기온이 32도까지 올라간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은 A씨를 추모하기 위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날 행사는 특정 교원단체 주도가 아닌 교사 개개인의 뜻이 모여 시작됐다. A씨가 사망 전 학부모 민원으로 힘들어했다는 제보가 전해지면서 교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교육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를 만들었고, 추모행사로까지 이어졌다.

현장을 찾은 교사들은 차례로 연단에 올라 A씨를 추모하고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만연한 학교 현장을 고발했다. 한 교사는 “민원이 필터 없이 바로 교사에게 꽂히는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다. 교사가 민원 처리반이 되어버린 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교사는 “나 혼자만의 일이라 생각하고 버텼던 게 지금 같은 일을 일으킨 것 같아 부채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대책위는 “이번 일이 분노와 슬픔으로만 끝나선 안 된다. 연대를 통해 교사의 권리를 찾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부에 교사 생존권 보장 대책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최근까지는 교권침해 사건이 불거지면 교원단체의 비판 성명이 나오고 다수 교사는 ‘참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A씨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교사들은 SNS 프로필 사진을 검정 리본으로 바꾸는 한편, 교육부 등에 근조화환을 보내고 분향소를 찾으며 추모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3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추모객들이 담임교사 A씨를 추모하며 쓴 메시지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추모 열기가 가라앉지 않자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설치한 분향소 운영을 28일까지로 5일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서이초등학교 분향소는 이날 운영이 종료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가 추모 공간이 돼야 마땅하지만 방학 중 방과후 교실, 돌봄교실 등 활동이 예정된 사정을 양해해 달라”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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