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곡 '한숨'에 눈물바다···"교사 인권도 지켜달라"

박신원 기자 2023. 7. 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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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5000여명 종로서 집회]
서이초 교사 사건 진상규명 촉구
교사 보호 제도적 안전망 부재
교권 침해 실질적 대책 마련을
"모두가 같은 경험···자발적 참여"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박신원 기자
[서울경제]

“남들 눈엔 힘 빠지는 한숨으로 보일진 몰라도 나는 알고 있죠 / 작은 한숨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냈단 걸 / (중략) /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 내가 안아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가수 이하이 ‘한숨’)

주말인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 대중가수의 추모곡이 울려퍼졌다.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며 진상 규명과 교권 확립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특별한 주최 단체 없이 교사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집회 시작 전인 이날 오후 2시 무렵부터 서울지하철 종각역 입구에는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이 물결처럼 모여들었다. 교사들은 질서정연하게 보신각 앞 인도 빈 자리에 차례차례 모여 앉았다. 집회 1부가 끝난 뒤 추모곡으로 가수 이하이의 노래 ‘한숨’이 흘러나오자 교사들은 노래를 따라부르며 삼삼오오 눈물을 닦았다.

낮 기온이 최고 32도까지 오르고집회 중간중간 비가 내리는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교사들은 우산을 쓴 채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교사들은 추모 목적으로 진행된 1부 집회에서 “진상 규명 촉구한다, 교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하라, 교사의 인권을 보장하라, 교권 수호 이뤄내자”라는 구호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구호를 외치던 진행자는 한때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1부 집회에서 무대에 올라 자유 발언에 나선 교사들은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교권 침해는 특정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교가 마주하는 일상이라는 것이다. 교사들은 교권 침해가 만연하지만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망은 부재하다고 호소했다. 좋은 관리자를 만나거나 그 해에 좋은 학부모를 만나 한 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서울 강동구에서 근무하고 있는 1년차 교사 A 씨는 무대에 올라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민원, 선생님에게 모욕감을 주는 언어나 행동, 신체적·정신적 폭력 등 이런 교권 침해는 쉴 새 없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은 맞으면서 커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기에 체벌이 용인될 수 없는 것 역시 당연한 것”이라며 “다만 학생의 인권을 명분으로 교사의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기에 교사들이 꿈을 잃지 않고 건강과 생명을 잃지 않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9년차 현직 교사 B 씨도 자유 발언에 나서 “저도 작년에 1학년 담임을 맡아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병가를 내고 담임 교체까지 한 경험이 있다”며 “친구를 때리고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아무런 제재도 할 수 없는 시스템. 학생에게 애원에 가까운 호소를 해야 하는 상황. 다수의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동료들에게 무능력해보일까 드는 걱정과 좌절감. 내 발언에 대해 책 잡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나 불안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새벽에 응급실을 가고 밤을 새워도 출근했다. 이것은 소수가 겪는 일이 아니라 현장의 모든 교사들이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라고 성토했다.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교사들은 연신 울음을 삼켰다.

집회에 참가한 17년차 서울 지역 초등 교사 C 씨는 “모두 다 크고 작은 일들을 겪은 경험이 있기에 이번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보며 나 자신은 운이 좋아서 살아 있는 거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다들 전부터 이런 생각을 해왔으나 의견을 표현할 곳이 마땅치 않았고, 참고 있던 목소리를 내보자는 계기가 오늘이 될 것”이라며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9년차 초등 교사 D씨는 “교사를 위한 제도적 안전망이 없다. 좋은 관리자를 만나면 그나마 낫고, 정말 인간의 힘, 사람의 힘에 빌려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교육계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 모인 교사들은 정치색 없이 개별적으로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권 침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모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집회는 주최 단체가 없고 온라인 상에서 ‘추모 집회를 연다’는 메시지 등이 공유되며 결집됐다. 실제 집회 현장에서는 “저희 집회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집회이기에 정치색을 배제하고 있다.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긴 피켓이 보일 경우 숨겨 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기도 했다.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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