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자·빵값 내렸더니 국제 밀가격 '들썩'…하반기 물가 어떻게?

김혜경 기자 2023. 7. 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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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곡물협정 종료 여파 국제 곡물가 급등 전망
우유 원유가 상승 전망에 '밀크플레이션' 우려도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6월 라면 물가 상승 폭이 더 커지면서 14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6월 라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23.95로 작년 같은 달보다 13.4% 상승했다.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2023.07.05.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농심 신라면 등 라면값 인하로 시작된 식품 가격 인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을 파기로 국제 곡물 가격이 꿈틀대면서다.

여기에 최근 내린 폭우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우유 원유 가격도 역대 최대 폭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올 하반기 장바구니 물가에 빨간등이 켜지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흑해곡물협정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를 선포했다. 이 협정은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체결된 이후 3차례 연장됐다.

그러나 러시아가 지난 17일(현지시간) 협정을 연장하지 않고 파기했고 이어 19일(현지시간)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잠재적 군사 화물선으로 간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러시아의 협정 파기 소식 직후 국제 곡물 가격이 뛰었다. 지난 19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8.5% 급등한 부셸 당 7.28달러를 기록했다. 옥수수 가격 역시 전날보다 3.46% 추가로 상승하며 부셸 당 5.53달러를 나타냈다. 대두 가격도 약 1% 올랐다.

흑해 항로를 통한 곡물 수출길이 막히면 우리나라도 밀과 관련된 식품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은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주로 사료용으로 쓰는 만큼 생산비 증가로 인해 축산물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서울=뉴시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전쟁 중에도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항행 안전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을 맺었다. 협정은 지난 5월17일 3번째로 연장된 뒤 7월17일 러시아의 연장 거부로 2개월 기한이 만료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식품업계는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식품 업계에 가격 인하를 '권고'하고 이에 따라 라면·과자·빵 등 식품 가격 인하 움직임이 확산한 만큼, 국제 밀가격이 다시 뛰면 식품사들의 원가 압박은 가중되기 때문이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흑해곡물협정 종료에 따른 국제 곡물가격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원부자재 부담에도 제품 가격 인하를 할 수 있었던 요인은 밀가루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밀가루 가격이 다시 오른다면 식품사로서는 원가 압박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도 있기 때문에 식품기업들도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틸 때까지는 버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 식품업계는 정부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하한 것이다"며 "그동안 가격을 인상하지 못한 곳은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 곡물가격 외에 우유 원유가도 심상치 않다. 올해 국내 원유 가격은 역대 최대폭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유업계에 유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권고했지만, 유업계는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정부의 물가안정이라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 우윳값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유업계의 견해다.

올해 원유 가격은 ℓ당 69∼104원 범위에서 인상 폭이 정해질 전망이다. 최저선인 69원 오른다고 해도 원유값 상승 폭은 2년 연속 최대 폭을 경신하게 된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ℓ당 49원 올랐을 때 우유업계는 우유 가격을 약 10% 올린 바 있다. 이에 지난해 말 흰우유 1ℓ 소비자 가격은 2800원 안팎으로 인상됐다. 올해는 인상폭이 더 커질 전망으로, 흰우유 가격은 1ℓ들이가 3000원을 넘길 전망이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를 주재료로 하는 빵과 커피·아이스크림 등 관련 제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높다.

변경된 원유가는 오는 8월부터 적용되는데, 낙농가와 유업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원유가 협상 결론을 아직 내리지 못해 24일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낙농가·유업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가 우유 원유가격을 정하지 못하고 협상을 24일로 연기했다. 원유기본가격 조정 범위는 리터당 음용유 69~104원, 가공유 87~130원으로 마시는 흰우유 기준 원윳값이 최소 6.9%에서 최대 10.4% 오르게 될 전망이다. 사진은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제품을 살퍄보고 있다. 2023.07.20. suncho21@newsis.com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역대급 폭우로 농지가 침수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가축이 폐사하면서 축산물 가격도 불안한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적상추(상품) 4㎏ 도매가는 전달보다 219.7% 오른 6만580원으로 올랐고, 상품 시금치 4㎏는 5만980원으로 전달보다 192.9% 뛰었다.

이외에도 얼갈이배추, 오이, 대파, 깻잎, 배추 할 것 없이 농산물 가격은 폭등세다.

축산물 가격도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호우로 폐사한 가축의 93%가 닭으로 집계되면서, 여름철 수요 증가로 가격 상승세인 닭고기 가격은 더 오를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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