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용인시장은 점검하고,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

용인=손대선 기자 2023. 7. 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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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 이상일 시장, 모현읍 포천~세종 고속道 매산리 공사현장 점검
"침수되면 마을 고립···지속적인 관심 필요" 현장 민원 폭주
이 시장, 현장서 '즉문 즉답'···필요한 조치 약속
이상일 용인시장이 23일 오전 침수피해가 우려되는 처인구 모현읍 매산리 굴다리를 주민 요청으로 함께 걸으며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서울경제]

경기도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린 23일 오전 11시20분께.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포천~세종 고속도로 매산리 교량 공사현장에 이상일 용인시장이 시 관계자들과 도착했다. 지난주부터 계속된 폭우로 인해 현장 곳곳은 어수선했다. 전날 밤부터 굵어진 비는 시간당 40mm. 고지대를 훑어 내린 비는 흙탕물이 되어 저지대인 매산리 마을 입구 쪽 교량 아래로 흘러들어 가고 있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것처럼 교량 상판 사이로 빗물이 흩뿌렸다. 다행히 아직까지 침수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상태.

이날 이 시장이 호우 대비 점검을 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예정에 없이 매산4리 이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 5명이 현장을 찾았다. 시장이 오기 30분 전부터 미리 나와 있던 처인구청 관계자들에게 속사포처럼 민원을 쏟아냈다.

매산리 주민들은 포천~세종 고속도로 공사가 시작된 이래 지난해부터 큰 비가 오면 침수 피해를 입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일 용인시장이 23일 오전 침수피해 현장 사진이 담긴 매산리 주민 한모씨의 요청에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매산4리 이희숙 이장(70·여)은 “70여가구가 사는데 이번처럼 큰 비가 오면 교량 아래로 물이 차올라 차가 오갈 수 없을 정도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의 유일한 진입로가 침수되면 사실상 외부와 고립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각별한 주의를 부탁했다.

현장에 나온 40대 한모씨(여)는 “작년에도 차량이 오가다 여러 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며 “맨홀이 역류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우리 차도 하도 험한 길을 다니다 보니 바퀴를 몇 번이나 갈았다”고 말했다.

그는 “(포천~세종 고속도로)개발이 중요하긴 하지만 살고 있는 주민 안전도 중요하다”며 “굴다리 뿐만 아니다. 마을 곳곳이 공사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돌을 갓 지난 듯 한 사내아이를 안은 표정에서는 결기마저 느껴졌다.

이상일 용인시장이 23일 오전 침수피해가 우려되는 매산리 포천~세종 고속도로 매산리 공사현장 배수로 상태를 주민들의 안내로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주민들은 공사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와 시공사인 계룡건설을 싸잡아 비판했다. 국민권익위원회까지 민원을 넣었지만 꿈쩍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용인시의 관리·감독도 문제가 있다고 기자에게 토로했다.

이 시장은 그런 불만을 당황한 기색 없이 경청했다. 한국도로공사 책임자 이름을 호명하며 배수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씨가 침수피해 현장 사진들이 담긴 휴대전화를 면전에 들이밀자 한 장 한 장 살펴본 뒤 곧바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시장은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건설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서 하부도로를 전면 포장하고 정비한다고 한다"며 “당장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의 고충을 고려해서 사람이 다니는 곳은 진흙밭이 되지 않도록 통행로 정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의 호응에 고무된 듯한 주민들은 침수 우려가 있는 또 다른 현장으로 이 시장을 이끌었다. 차량 통행이 제한된 어두컴컴한 굴다리를 시장과 나란히 걸었다. 주민들은 약 20미터에 달하는 굴다리가 저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자칫 오송 지하차도의 참사가 이곳에서 재현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이 시장은 "(거동이 불편한)어르신들이 자주 다니시는 곳이니 더 신경을 써야겠다”며 빗물과 토사 유입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주민들이 “시장 만나기가 어렵다”고 불만을 나타내자 “결코 그렇지 않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시민들을 계속 만나고 있다. 지금 연락처를 달라. 면담 일자를 잡자”고 말했다.

이상일 용인시장이 23일 오전 침수피해가 우려되는 매산리 굴다리를 주민들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40여 분 가량 이 시장에게 민원을 쏟아낸 주민들은 들끓는 마음이 다소 가라앉은 듯했다.

주민들의 바람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이었다. 용인시가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민을 위해 정부나 정부 산하기관 문을 계속 두드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100가구가 안 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사람이 살고 있다’면 관심의 대상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희숙 이장은 “한번만 오지 말았으면 한다. 또 와서 올해 8월까지는 배수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씨 역시 “보여주기 식이면 안 된다. 한번만 와서는 안 된다. 또 와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시장의 침수대비 현장 점검은 일부 주민들의 우려대로 일회성, 혹은 보여주기 식이었을까.

이 시장은 22일 오후 침수 우려지역인 수지구 동천동 고기교 일대를 찾아 토사 등 준설상태를 확인했다. 지난 13일과 지난달 29일에도 비가 많이 내리자 같은 장소를 계속 찾아 수해 방지를 위한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현장 안전검검을 했다가 도리어 욕만 먹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장과 차별화된 행보인 것 만은 분명해 보였다.

이 시장이 집중호우가 시작된 22~23일 이틀 동안 찾은 침수피해 우려 지역만 이날 매산리를 비롯해 총 8군데다. 이달 들어 용인지역에도 예외 없이 폭우가 지속되고 있지만 이날까지 이렇다 할 인명·재산피해는 없다.

용인=손대선 기자 sds11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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