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소환'된 3년 전 특수부 수사…진술 뒷거래 의혹 파문

경수현 2023. 7. 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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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법무장관 '돈 매수' 진술한 시의원 녹음자료에 '협조하면 불기소' 시사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지난 2020년 공직선거법상 매수 혐의로 법상(법무부 장관에 해당) 부부를 체포한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가 3년만에 다시 일본 열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돈을 받은 시의원을 상대로 불기소를 시사하며 짜맞추기식 진술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과 도쿄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3일 도쿄지검 특수부가 임의 신문 과정에서 시의원의 진술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공판 담당 검사도 진술 조서대로 법정에서 발언하도록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일본 도쿄의 검찰청 건물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지검 특수부의 이 사건을 둘러싼 부당한 진술 확보 의혹은 지난 21일 처음 불거졌다.

2020년 3∼6월 9회에 걸쳐 특수부 검사의 임의 조사에 응한 당시 히로시마시 시의원 기도 쓰네야스(66)의 변호인이 기자회견을 열고 신문 과정의 녹음 자료를 공개하면서다.

문제의 사건은 2019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당시 법상이 선거에 출마 예정이던 자신의 아내 가와이 안리(河井案里)에게 표를 모아달라며 지방의원들에게 돈을 뿌린 사건이다. 가와이는 표를 매수하려고 돈을 뿌린 게 아니고 지역 정치인들을 위문하는 취지였다고 주장했으나, 이미 유죄로 판결을 받고 3년형의 실형을 살고 있다.

공개된 녹음 자료에 따르면 당시 검찰의 임의 조사에 응한 시의원 중 한명인 기도는 애초에는 건네받은 봉투가 "돈이었는지조차도 몰랐다"고 설명했으나 검사는 불기소를 시사하며 선거 매수자금이라는 점을 알았던 것으로 진술하도록 유도했다.

또 "법상을 처벌하면 된다. (돈을 받은) 인식이 없다는 것은 부인이 된다"며 "시의원 생활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사는 "사실을 인정해 임의수사로 하고 있다. 강제 수사가 되면 영장을 들고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면서 압박성 발언도 했다.

얼마 뒤 검사는 "선거운동 의뢰 의미가 담긴 돈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내용의 진술조서 초고를 읽었다.

이에 기소후 유죄가 되면 의원직이 상실될 것을 우려한 기도는 "그렇다"고 애초와는 다른 말을 했다.

그러나 기도는 다시 "당시 너무 바빠 정말 몰랐다"는 식으로 매수 자금 인식이 없었다고 말했으나 검사는 물러나지 않고 "전면적으로 인정하고 반성해 좋은 얘기가 됐다. 어떻게든 처분을 불기소하거나 가능한 한 가벼운 처분으로"라고 회유성 발언을 했다.

기도 전 의원은 조서가 특수부 검사가 원하는 대로 작성되는 것을 보면서 공포감을 느껴 몰래 녹음하기 시작했다고 변호사는 전했다.

공판 검사가 당시 가와이 전 법상 재판을 앞두고 진행된 '증인 테스트'를 통해 깨알 같은 증언 유도를 한 정황도 전해졌다.

증인 테스트는 형사재판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증인의 기억을 환기하려는 목적에서 둔 절차다.

가와이 가쓰유키 전 법상과 가와이 안리 부부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시 공판 검사는 "단언하지 않으면 (전 법상 변호인측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거기서는 감정을 말로 해달라", "해서는 안 될 말" 등 법정에서 할 진술을 유도하면서 사건의 진상보다는 유죄 입증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기도 당시 시의원을 포함해 당시 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지역 정치인 100명은 실제로 처음에는 불기소됐다. 가와이 전 법상은 이들의 진술 내용을 토대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문제는 검찰심사회가 이 사건을 둘러싸고 시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이의를 제기했고 검찰은 어쩔 수 없이 100명중 9명은 불구속 기소, 25명은 약식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을 받게 된 다른 지역 정치인 8명도 검사로부터 불기소를 시사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심사회는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사의 기소권 행사에 국민의 건강한 상식을 반영하고 적절한 운영을 도모하고자 지방재판소 관할별로 설치된 조직으로,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이 참여해 주로 검찰의 불기소 처분 적절성을 심사한다.

기도 전 시의원은 약식 기소되자 아예 무죄를 주장하는 정식 재판을 청구해 오는 27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과거 정계 거물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의 정치자금 의혹 사건에서 특수부 검사가 수사보고서를 조작한 사례와 2010년 발각된 오사카지검 특수부의 증거 위조 사건까지 거론하면서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요미우리는 지난 22일자 사설에서 "큰 사건을 적발한다는 대의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도 좋다는 말인가"라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산케이신문은 "수사부터 기소까지 전권을 부여받은 특수검찰은 공익의 대표자인 만큼 그 권한 행사는 엄정 공평해야 한다"며 "특수검사가 기소권을 내비치면서 진술을 강요하면 어떻게 될까. 도착지는 검찰 파쇼다"라고 비판했다.

일본 최고검(한국의 대검찰청)도 이번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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