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에게 ‘대장동 빚’ 45억원 청구한 예보, 1심 패소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 저축은행에서 대출해간 대여금 45억여원을 갚으라며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에게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졌다. 대장동 사업권이 남씨에게 넘어가고 난 후, 채권자인 예보가 오랫동안 채무 인수 동의를 하지 않으면서 남씨의 연대보증 의무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재판장 이원석)는 부산저축은행, 영남저축은행 등 8개 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남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소송에서 지난 19일 이 같은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장동 초기 사업자였던 이모씨는 시행사 2곳을 통해 2009~2010년 8개 저축은행에서 대장동 개발을 위해 111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씨는 시행사의 대출금 채무를 연대보증하는 약정도 체결했다. 이씨는 2011년 3월 이 사업권을 다른 사업자에게 넘겼고, 같은 해 7월 남욱씨가 다시 이를 양도받았다. 남씨는 사업권 양도 과정에서 “이씨의 연대보증 채무 면제를 위해 적극 협조한다”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대장동 사업 시행사들의 대표가 된 남씨는 2012년 저축은행들에게 대표이사 및 연대보증인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은행들은 남씨의 변제능력 등을 의심해 계약 변경 요청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후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채권자인 은행들은 2012~2013년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연달아 파산했다.
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예보는 남씨가 아닌 이씨를 상대로 남아있는 빚을 갚으라고 요구해왔다. 남씨와 별도의 연대보증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예보가 회수하지 못한 대장동 채권은 2021년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되며 논란이 됐다. 예보는 작년 2월에야 남씨를 연대보증인으로 변경하며 일부 대출금을 변제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남씨가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예보가 제때 연대보증인 변경에 동의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남씨의) 채무 인수는 채권자(예보)의 승낙이 있어야 하는데, 예보가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승낙 여부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무 인수에 대한 거절의 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예보가 작년에 보증인을 변경해 채무 인수를 승낙했다고 해서, 연대보증 채무가 남씨에게 인수되는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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