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상한 국제우편물’ 최초 발신지 추적···중국 공안에 공조 요청
주문한 적 없는 수상한 우편물을 해외에서 받았다는 신고가 나흘간 2000건 넘게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청은 우편물의 최초 발신지를 추적하기 위해 중국 공안부에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 현재까지 우편물이나 택배 배송에 따른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대만 등지가 발신지인 수상한 소포가 배송됐다는 112 신고가 지난 20일 첫 신고부터 23일 오후 5시까지 전국에서 총 2058건 접수됐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1647건에서 만 하루 만에 411건 추가됐다. 경찰은 이 중 645건과 관련된 우편물을 수거해 조사 중이다. 나머지 1413건은 오인 신고 등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641건으로 가장 많고 서울 506건, 인천·경북 각 98건, 전북 84건 순이었다. 이밖에 대구 73건, 충북 71건, 대전·부산 각 70건, 전남 58건, 광주 57건, 울산 51건, 경남 36건, 강원 30건, 제주 12건 등 전국 각지에서 신고가 잇따랐다.
경찰청은 최초 신고지였던 울산 장애인복지시설에 배송된 소포의 발신지를 추적하기 위해 중국 공안부에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 경찰과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이들 소포의 발신지는 대만으로 쓰여 있었으나, 최초 발신지는 중국 선전으로 추정된다. 선박을 통해 대만으로 보내진 뒤 대만 우정국을 거쳐 항공편으로 한국으로 발송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소포는 립밤 등 저렴한 물건이 무작위로 들어 있거나 아예 비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찰은 관계기관과 함께 신고된 우편물에 위험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울산에서 발견된 소포의 경우 개봉한 이들에게 어지럼증과 팔 저림 증상 등이 있어 국방과학연구소가 정밀 분석했지만 화학·생물·방사능 위험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날 오전에는 지난 21일 천안으로 발송된 소포에서 엑스레이 측정 결과 알 수 없는 가스 검출이 확인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경찰이 우편물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가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생화학 테러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되면서 저렴한 물건을 무작위로 발송해 온라인 판매 실적을 부풀리는 ‘브러싱 스캠’의 일환으로 우편물이 배송됐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브러싱 스캠은 온라인 판매 업체들이 무작위로 수집한 주소로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발송한 뒤 판매 실적을 부풀리는 수법을 뜻한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최초 발신지와 범행 유형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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