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첨단산업 대중압박 강화 …"韓 반도체·배터리 초격차 기회"
中 첨단기술 경쟁력 韓 추월
中기업 규제 틈타 美시장 공략
中, 세계 제조업 30% 차지
놓칠 수 없는 시장 '딜레마'
韓 실익 챙기는 전략 세우고
정부·기업 협력해 신산업 육성
23일 일본이 미국에 이어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단행하면서 첨단기술을 놓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위망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한국도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추월하는 등 무역 판도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중국 의존도가 아직 높기 때문에 급속한 탈중국 전략이 초래할 수 있는 막대한 후폭풍도 감안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산업 부문 석학들은 "미·중 간 치열한 경쟁이 거꾸로 한국에는 약이 될 수 있다"면서도 "반도체·전기차·2차전지 부문 초(超)격차가 이를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간 싱크탱크 니어재단이 지난 21일 주최하고 매일경제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한 '미·중 갈등 및 경제 블록화 속 한국의 산업정책 방향'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은 팹4 동맹을 비롯해 미국과 산업 협력에 나서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딜레마 속에서 실리를 취하는 전략이 시급해졌다는 처방이 나온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10년 전 대중국 무역수지는 400억달러 흑자였지만 지난해에는 200억달러 적자에 빠졌고, 대중국 투자 기업도 800곳에서 200곳으로 급감했다"며 "한국과 중국이 주력 산업 분야에서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이 유엔 데이터를 바탕으로 데이터·통신장비·항공우주 부문 첨단기술 수출 우위 정도를 분석한 결과 중국의 첨단기술 수출 경쟁력은 1990년 0.05에서 2020년 1.44로 29배 늘어 한국(1.42)을 추월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의 산업 기회를 역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장 차관은 "미국의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막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전기차, 2차전지, 태양광 산업은 미국에서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주력 산업의 대중 수출은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평판 디스플레이·센서의 대중 수출액은 2019년 92억달러에서 지난해 65억달러로 추락했다. 석유 제품은 76억달러에서 44억달러, 석유화학 중간원료는 58억달러에서 49억달러, 자동차 부품은 22억달러에서 14억달러로 줄었다.
아울러 매일경제가 산업부 교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9년 대중 수출액은 1362억달러로 대미 수출액(733억달러)보다 2배 많았지만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도가 빨라지면서 수출 역전 현상이 임박했다. 올해 상반기 대미 수출액은 550억달러에 달해 대중 수출액(601억달러)을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다만 교역 축소에도 중국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중국 시장이 예전같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기업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구조 변화에 대한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현 산업연구원장은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 중 30%가 중국에서 나오고, 한국 수출액 중 25%가 중국으로 향한다"며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 모두 중국을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장 차관은 "10년 넘게 국내 주력 산업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고민"이라며 "신산업이 자생할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규제 완화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미국은 중국 붕괴가 아닌 양국 공존 속에서 자국이 우위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추구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이 대중 무역수지 회복에 나설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반도체·2차전지 등 비교 우위를 가진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가 단행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만원 매일경제 논설위원은 "기업의 자체적인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가 쉽지 않은 만큼 정부와 전략적 논의를 통해 산업정책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쩍 높아진 한일 경제협력 기류를 국내 산업의 경쟁력 강화 포석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처방도 내놨다. 장 차관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본 소재·부품·장비 기업, 미국 설계 기업 등과 협력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송광섭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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