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아닌 소금을 냉각재로 …"기존 원전보다 1000배 안전"
사용후 핵연료 10분의 1 수준
600조원 미래에너지로 부각
미 와이오밍주에 345㎿ 실증
25만가구 전력, 2030년 상용
SK, 3000억원 테라파워 투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2008년 설립한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테라파워. 현재 테라파워는 미국 에너지부에서 20억달러를 지원받는 등 총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투입해 와이오밍주에 345메가와트(㎿) 규모 SMR 실증단지를 구축 중이다. 25만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는 SMR 실증단지의 완공과 상용화 시점은 2030년이다. 테라파워는 원자로 냉각재로 물이 아닌 액체 나트륨(소금)을 쓰는 혁신적인 4세대 SMR 개발에서 선두 주자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테라파워에 지분 투자하는 등 미래 에너지 선점에 나섰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벨뷰시에 위치한 테라파워 에버렛 연구소. 국가 안보에 중요한 보안 시설인 만큼 깐깐한 신원 확인을 거쳐 6600㎡(약 2000평) 크기의 창고식 연구소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이곳에는 테라파워 SMR 개발을 위한 소듐냉각고속로(SFR), 열 저장 설비, 염소염·용융염 원자로(MCFR) 실험 장비,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설비 등이 설치돼 있다. 테라파워가 한국 언론에 연구소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MR은 발전용량 500㎿ 이하의 소형 원전을 뜻한다. SMR은 외부 전원 없이 원자로를 자연 냉각할 수 있고, 배관을 노출하지 않는 일체형이라 대형 원전보다 1000배 이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개발 중인 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서 검증된 경수로 기반의 3.5세대, 냉각재와 감속재 용도로 물이 아닌 다른 물질을 사용하는 4세대로 구분된다. 테라파워는 고속 중성자로 인한 핵분열로 발생한 열을 액체 나트륨으로 냉각하고, 이렇게 나온 증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4세대 SMR 기업이다.
연구소 내부에서 마이클 앤더슨 선임관리자가 연료봉을 육각형 모양으로 묶은 '핵연료 다발' 금속 모형을 보여주고 "테라파워 나트륨 원자로는 육각형 패턴으로 돼 있어 연료봉을 다 같이 적합하게 위치하도록 묶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발의 구조가 사각형인 경수로형 핵연료보다 크기를 줄이면서 고속 원자로를 통해 출력을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나트륨 원전의 연료봉 수명도 기존(2년) 대비 5배 길다. 또 사용후 핵연료를 경수로 유형보다 10분의 1 수준까지 줄일 수 있어 사후 처리에 용이하다.
테라파워 연구진은 대형 글러브박스에서 액체 나트륨 특성도 실험으로 확인했다. 액체 나트륨의 끓는점은 물보다 8배 이상 높은 880도다. 이 때문에 원자로에서 액체 나트륨은 물보다 더 많은 열을 흡수하면서도 저압 상태에서 발전 출력을 높일 수 있다. 또 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오염수가 발생하지 않는다.
테라파워는 미래형 원자로인 염소염·용융염 원자로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인 2㎿ 규모 실험 장비를 통해 용융염 냉각재 사용에 따른 배관 부식 속도, 물성 등 안정성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테라파워는 와이오밍주에 SMR을 건설하는 데 이어 퍼시피콥 소유의 유타주 석탄화력발전소 용지에도 2033년까지 SMR 2기를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석탄에서 원자력 에너지로 대체하면 온실가스 감축에도 크게 기여한다. 영국 국가원자력연구원은 2035년 세계 SMR 시장 규모가 400조~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벨뷰(워싱턴주)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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