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새 떼처럼

허연 기자(praha@mk.co.kr) 2023. 7. 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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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 깍 외마디를 내지르며

주르르 쏟아진 검은깨처럼

어디에도 머물지 않으리

끝내 길들지 않으려

까맣게 하늘을 뒤덮으며

사태 져 사라지는 거지

싸리 빗자루로 허공을 쓸어내듯

소멸의 풍경을 완성하는 거지

- 정끝별 作 '떼까마귀 날다'

새는 놀라운 진화의 산물이다. 하늘을 날게 됐으니 말이다. 뼛속까지 비워 몸을 가볍게 해서 하늘을 날게 된 생명체라니 얼마나 놀라운가.

그래서 새 떼가 날아오르는 걸 보면 이동하는 게 아니라 어디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시인의 말처럼 '소멸의 풍경을 완성'하듯 먼 하늘로 사라지는 새 떼는 충분히 신비스럽고 충분히 시적이다. 새 떼들이 날아가는 걸 본다는 건 언제나 예사롭지 않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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