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소포 신고 나흘새 2천건 … 유해물질 아직 발견 안돼
쇼핑몰 판매 실적 조작 위한
'브러싱 스캠' 가능성 높아
3년전 미국서도 유사 사건
대만 "최초 발송국가는 중국"
중국 "최대한 협조하겠다"
정체불명의 국제우편물이 주택가와 정부기관 등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발견되면서 테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최초 접수 이후 신고 건수만 2000건을 넘었다. 정부는 독극물 등 유해물질이 현재까지 검출되지 않아 화학테러 가능성을 낮게 점치면서도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의심스러운 국제우편물 등에 대해 즉시 통관을 보류하고, 대만 등 해외 현지 당국과 협조해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대만 등에서 수상한 소포가 배송됐다는 112 신고가 지난 20일 처음 접수된 이후 이날 오후 5시까지 총 2058건의 신고가 줄을 이었다. 경찰은 이 가운데 645건을 수거해 조사 중이며 나머지 1413건은 오인 신고로 확인했다.
소방당국에 접수된 신고 건수도 이날 오후 3시까지 1705건이었다. 이 중 소방출동대가 수거한 사례가 59건, 경찰 인계가 884건, 기타 기관에 인계한 사례가 38건이었으며 오인 신고는 724건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재 유관기관과 함께 신고된 우편물들을 수거해 위험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화학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보고 있다. 신고된 소포는 립밤 등 저렴한 물건이 들어 있거나 내용물이 없는 채 배송된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국내에서 수상한 소포가 처음 신고된 울산 동구의 장애인복지시설에서는 대만발 국제우편물로 추정되는 노란색 소포를 개봉한 시설 관계자 3명이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며 병원에 이송됐으나 곧 증상이 완화됐고 22일 퇴원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정밀 분석에서도 화학·생물·방사능 위험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22일 충남 천안시에서 발견된 국제우편물에서 가스가 검출됐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소방 관계자는 "가스가 검출됐다는 내용은 전달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에서는 합동 조사 결과 특이사항이 없어서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괴우편물을 누가 왜 보냈는지도 의문이다. 경찰은 중국 등 해외 온라인 쇼핑몰이 판매 실적과 평점을 조작하기 위해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무작위로 발송하는 '브러싱 스캠' 관련 사건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다각적인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2020년에도 작물 씨앗 등이 담긴 중국발 소포가 캐나다와 미국 등에 무작위로 배송돼 미국 당국이 조사에 나섰으나 브러싱 스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한국 사회 혼란을 노린 북한 측 소행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부 제기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대만 정부는 국내에서 발견된 대만발 수상한 소포에 대해 "중국에서 최초 발송됐고 대만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22일 대만중스신문망에 따르면 대만 부총리 격인 정원찬 행정원 부원장은 "형사국의 1차 조사 결과 이 소포는 중국 선전에서 대만으로 화물우편을 통해 발송됐고 대만 우체국(중화우정)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보내졌다"면서 "끝까지 추적 조사해 모든 상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중화우정은 "문제의 소포들은 지난 6월 23일 배송 대행업체가 환적한 것으로, 당시 총 2507개 소포가 한국으로 발송됐다"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거한 테러 의심 우편물 등이 수백 건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아직 상당수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부는 23일 중국 지역 공관을 통해 중국 외교부, 관련 당국과 해당 지방정부를 접촉해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과 설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우리 측의 이 같은 요청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왔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한편 국가안보실은 23일 오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주재로 관계부처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해외 배송 우편물 관련 후속 조치 방안을 의논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존의 해외 배송 우편물 사건과 관련한 제반 사항을 파악하고 대응 체계를 점검한 뒤 향후 조치 방안 등을 논의했다.
관세청은 의심스러운 국제우편물 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21일부터 국제우편물과 특송 물품에 대한 '긴급 통관 강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 내용물이 없거나 가치가 없는 물품으로 판단되는 '스캠 화물'로 확인될 때는 우정사업본부, 특송업체 등과 즉각 협력해 반송 조치 중이다.
또 수상한 내용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경찰에 통보할 방침이다.
[안병준 기자 / 권한울 기자 / 이희조 기자 / 박윤균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이런 가방은 절대 사지마세요”...승무원이 추천하는 해외여행 가방 - 매일경제
- 매너도 이겼다…라커룸·관중석 깨끗이 치우고 간 日 여자대표팀 - 매일경제
- “요즘 통장만 보면 행복해요”...매달 돈 꽂히는데 수익률까지 대박 - 매일경제
- “여기가 이렇게 젊은 곳이었나”…요즘 애들이 더 잘 간다, 전통시장 - 매일경제
- “여름휴가 안 가세요?”…직장인 절반 이상 포기한 이유는 - 매일경제
- 올해 개미들이 산 톱10 종목보니…5개 ‘승’ 5개 ‘패’ 했다는데 - 매일경제
- [단독] 세계가 놀랄만한 혁신, 한국서 나온다?…메타 사장의 호언장담 - 매일경제
- “지금 사면 손해는 안 볼거 같다”…서울 아파트 사들이는 외지인들 [부동산 라운지] - 매일경
- “017 018 없어진 지가 언젠데”…수상한 소포에는 엉뚱한 전화번호 - 매일경제
- 오타니, 29일(한국시간) 토론토 원정 등판...류현진과 대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