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몬테스 폴리 와인과 쿠팡의 '어리석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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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참 어리석군요. 그렇지 않고서야 왜 산비탈에 포도나무를 심어요. 저 넓은 평지를 놔두고서." 산비탈에 포도나무를 심으면 기계 수확이 어렵다.
몬테스 회장은 산비탈에서 생산한 '시라' 와인의 이름을 폴리(Folly)라고 지었다.
몬테스의 폴리 와인은 세계 최고의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97점을 받는 등 최정상급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몬테스의 성공 신화는 10년 전 쿠팡의 '어리석은 결정'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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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참 어리석군요. 그렇지 않고서야 왜 산비탈에 포도나무를 심어요. 저 넓은 평지를 놔두고서." 산비탈에 포도나무를 심으면 기계 수확이 어렵다. 사람이 손으로 하나하나 포도송이를 따야 한다. 와인을 만들기 위한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칠레 와인들은 그동안 가성비로 승부했다. 가격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었다. 칠레 와인 생산자들은 그의 결정을 "어리석다"고 불렀다.
그는 칠레 몬테스 와인의 창업자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이다. 몬테스 회장은 산비탈에서 생산한 '시라' 와인의 이름을 폴리(Folly)라고 지었다. '폴리'는 어리석은 판단이나 행동을 의미한다.
몬테스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왜 산비탈에 포도를 심었는지 물었다. 그는 "칠레 평지의 비옥한 땅에서 자란 포도나무는 뿌리가 땅속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 반면 산비탈에선 포도나무가 영양분을 찾아 땅속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려 미네랄이 더 풍부한 맛있는 와인을 생산해낸다"고 답했다.
몬테스의 폴리 와인은 세계 최고의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97점을 받는 등 최정상급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몬테스 회장은 어리석었던 것이 아니고 '맛'이라는 사업의 본질에 집중한 것이었다. 덕분에 몬테스 와인은 프리미엄 와인으로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폴리' 와인은 기존에 안주하는 것을 거부하는 혁신의 상징이 됐다.
몬테스의 성공 신화는 10년 전 쿠팡의 '어리석은 결정'을 떠올리게 한다. 쿠팡은 2010년 할인 쿠폰을 판매하는 사업으로 시작했다. '쿠팡'은 '쿠폰이 팡팡 터진다'는 뜻이다. 당시 300여 개에 달하던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와 차별점이 없었다. 쿠팡은 2013년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기저귀를 '당일 배송'하며 이커머스로의 전환을 알렸다. 3자물류 대신 직매입, 대규모 물류창고 확보와 로켓배송 등 '혁신'을 시장에 내놓았다.
쿠팡은 창립 후 한 번도 '연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연간 적자 규모가 처음 1조원을 넘긴 2018년엔 "어리석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미 유통업계의 판은 흔들리고 있었다. 첫 신호는 2019년 8월에 감지됐다. 당시 이마트는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창립 26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쿠팡'의 공세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쿠팡이 이미 또 다른 유통강자 롯데쇼핑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15조5812억원으로 쿠팡에 10조원이나 뒤처져 있다. 롯데쇼핑의 주가는 최근 10년간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시가총액이 21일 현재 2조원이 채 안 된다. 쿠팡(39조원)의 20분의 1 수준이다.
쿠팡은 다음달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올해는 쿠팡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 기록도 예상된다. 쿠팡의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섣부른 감이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쿠팡의 서비스는 분명 '혁신'이었다. 쿠팡은 '소비자 편의'라는 업의 본질에 충실했다.
한국의 유통 채널은 1세대 백화점(다양한 제품), 2세대 대형마트(싼 가격), 3세대 이커머스(편의성)로 진화해 왔다. 4세대 유통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또 한 번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김기정 컨슈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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