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日 디플레이션 탈출 신호
일본 경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며 영원할 것 같던 장기 침체에 변화의 기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증시가 활황이다. 주가는 버블 붕괴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렇게 돈을 쏟아부어도 꿈쩍 않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연속 3%를 넘었고, 방일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95% 이상 회복됐다.
경제성장률도 선방했다. 올 1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7%로 한국(0.3%)을 훨씬 앞섰다. 대만 TSMC를 필두도 세계 유수 반도체 업체들이 잇따라 일본 투자에 나서면서 설비 투자가 확대된 것이 주효했다. 부동산 가격도 오름세다. 올 상반기 도쿄 도심부인 23구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은 1년 새 60%나 치솟으며 197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 1억엔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수도권 신축 아파트 평균가도 36.3%나 뛰었다.
이처럼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을 가리키는 신호들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일본이 부활했다는 판단은 섣부르다는 이야기가 많다. 현재 흐름을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일본 경제에 도는 활기는 잃어버린 30년간 살아남은 기업들이 상당 수준의 실적을 회복한 덕분이다. 도요타와 소니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히타치는 3분기 연속 순익을 경신했다. 올해 일본 정부의 강한 임금 인상 요구에 기업들이 부응할 수 있는 것도 실적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것이다. 결국 일본 부활의 관건은 투자와 임금을 결정할 기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초고령사회에 들어섰고 이미 저성장 구조에 직면했다. 일본식 장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경제 기초체력이 급락하는 저성장 시대의 희망은 기업에 있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 있게 진화해 성과를 낼 수 있다면 한국은 계속 성장할 것이고 일본의 전철도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기업이 힘내서 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곧 국가를 위한 길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되는 이유다.
[신윤재 글로벌경제부 shishis11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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