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로 이사가면 주가 상승? 절반만 올랐다

강민우 기자(binu@mk.co.kr) 2023. 7. 2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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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이전상장 15곳 분석
이전상장 1년후 주가흐름
7곳 오르고 8곳은 떨어져
공매도 규모 외국인 순매수
개별 기업 이슈 따라 제각각
"주가, 시장 아닌 실적에 수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기업 중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른 곳은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상장 공시 이후 주가가 반짝 상승하는 사례가 많지만, 기업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결국 상승분을 반납해야 했다. 최근 엘앤에프, 포스코DX 등 코스닥 기업이 코스피 이전 상장을 검토하면서 주가가 힘을 받고 있지만 결국 주가는 실적에 수렴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기업 15곳의 이전 상장 당일과 1년 후 종가를 비교한 결과 주가가 상승한 곳은 7곳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8곳은 주가가 하락했다. 평균 수익률도 같은 기간 -2.37%에 그쳤다. 이전 상장 공시를 한 날부터 이전 상장 당일까지 주가를 살펴보면 8곳은 주가가 올랐고, 7곳은 주가가 하락했다. 현재 주가와 비교해도 상승 기업이 8곳, 하락이 7곳을 기록했다.

이전 상장 공시일부터 이전 상장 당일, 이전 상장일부터 1년 뒤 주가에 일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코스피로 옮기더라도 시장 전반의 영향보다는 실적 등 개별 기업 이슈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면 연기금, 외국인 등 기관투자자 자금이 많이 유입되고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작용한다. 코스닥 기업 관계자는 "업종이 같더라도 코스피 상장사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는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져 있다"며 "과거 셀트리온과 카카오의 이전 상장은 주주들 요구가 컸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가는 결국 기업 내재가치인 실적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례로 2008년 3월 코스피로 이동한 아시아나항공은 이전 상장 후 1년간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동종 업종인 대한항공에 비해 높은 주가 할인율을 극복하기 위해 이전 상장에 나섰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없었던 셈이다. 높은 부채비율 등 재무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주가(1만1640원)가 이전 상장일(3만1404원) 대비 62%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2017년 8월 이전 상장 공시를 내고 2018년 2월 코스피로 무대를 옮긴 셀트리온은 공시일부터 이전 상장일까지 주가가 165% 급등했다. 하지만 정작 코스피로 옮긴 이후 1년 수익률은 -23%로 부진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스닥 상위 종목들은 기관과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 이미 코스피 대형주 수준으로 대우를 받고 있다"며 "이전 상장이 주가 상승의 열쇠라는 믿음은 막연한 기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전 상장 발표 당시엔 외면받다가 이후 실적 개선을 이루며 주가 반등에 성공한 곳도 있다. 2차전지 소재 기업 포스코퓨처엠이 대표적이다. 포스코퓨처엠은 2019년 2월 이전 상장 계획을 공시하고 같은 해 5월 코스피로 자리를 옮겼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의 성장성이 본격적으로 시장 주목을 받으면서 현재 주가는 10배 가까이 뛰었다.

아울러 코스피로 옮기더라도 공매도 증감, 기관과 외국인 순매수 규모 등은 기업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냐 코스닥이냐보다 개별 기업 상황에 따라 공매도, 외국인 순매수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결국 주가는 실적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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