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안돼"… HMM 매각 출발부터 암초

일부간부 특정기업 인수 거부
"SM에 인수되는 일 없을 것"
사내메일로 직원 동요 단속
산은·해진공, 매각 돌발 변수

SM그룹이 HMM 인수 의사를 밝힌 가운데 HMM 내부에서는 이에 동요하지 말라는 사내 공지가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HMM 컨테이너선. HMM 제공

SM그룹이 국내 최대 선사 HMM의 인수의향을 밝힌 가운데, 이를 두고 HMM의 일부 간부급 인사들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인수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부서원들에게 전했다. 인수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내부에서 특정 기업의 인수를 거부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연내 매각작업을 끝내겠다는 목표로 매각 작업을 시작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에 'HMM 내부 설득'이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한 셈이다.

23일 익명을 요청한 HMM 소속 직원의 제보에 따르면, 최근 HMM 내의 한 부서장은 직원들에게 사내 메일로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직설적인 인수 의사 표현으로 직원들의 동요가 예상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회사가 SM에 인수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인수할 수 없도록 할 것이니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잘 리드해 주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부서장은 "최근 인터뷰를 보면 회사를 인수해 어떠한 비전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는 내용은 없다"며 "기업 사냥꾼식의 인수합병에 당한 기업들을 보면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살아남는 경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가 보유한 막대한 자금은 향후 회사 생존을 위한 투자 자금이지 잉여 자금이 아니다"라며 "회사 보유 자금이 SM의 인수 자금으로 대량으로 빠져 나간다면 투자 여력은 현격히 떨어지고 회사 경쟁력은 급속도로 하락할 것이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끝으로 "비록 팔리는 입장이고 회사 매각은 대주주들의 결정이라고 해도 대한민국 해운과 우리 직원들의 미래 명운이 걸린 일을 아무에게나 던지는 일을 막아야 하고 막을 것이니 동요 없이 업무에 매진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HMM 경영권 공동 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우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HMM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HMM을 인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곳은 현재 SM그룹이 유일하다.

SM그룹은 현재 HMM의 지분 6.56%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로 인수하기에는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HMM의 한 달 평균 시가총액이 9조2462억원 수준인데다, 매각 대상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보유 지분의 시가만 4조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과 14조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 등을 고려하면 실제 매각가는 최소 5조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최근 해운시황이 침체기에 접어든 와중에 HMM의 몸값은 여전히 고점이어서 경쟁입찰이 성립될 지도 미지수다.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1일 기준 966.45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제 매각절차가 공식화됐기 때문에 다른 인수후보자가 추후에 나타날 수도 있다"며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인수후보군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