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잊을 수 없는, 잊으면 안 될 이별

우성덕 기자(wsd@mk.co.kr) 2023. 7. 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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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원 고 채수근 상병,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
소방본부, 해병대측에 물 속 수색 요청 한 적 없어
해병대측, 포상 휴가 등 내세워 무리한 수색 지적
고(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가운데 채 상병의 어머니가 유골함을 붙들고 오열하고 있다.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다 순직한 해병대 소속 고 채수근 상병 영현이 지난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치됐다. 이날 안장식에는 유족들과 채 상병의 해병대 동기 등이 참석해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유골함이 안치되기 직전까지 채 상병의 어머니는 아들의 유골함을 손에서 놓지 못해 주변을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 10년 만에 얻은 소중한 외동아들에게 아버지는 “아빠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며 마지막 작별을 했다. 유족과 친지들은 채 상병의 영현을 흙으로 감싸 안아줬고 모두들 채 상병의 묘를 한동안 떠나지 못하고 어루만지기도 했다.

앞서 채 상병 영결식은 같은 날 오전 포항 해병대1사단 체육관에서 해병대장(葬)으로 열렸다. 영결식에는 유가족, 친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해병대 장병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해병대 동기인 진승현 일병은 추도사에서 “중대에 하나밖에 없는 동기를 다시 볼 수 없다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며 “모든 일에 앞장서던 너는 내가 봤던 그 누구보다 진정한 군인이었다. 부디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추모했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진 일병 추도사가 끝난 뒤 안아주며 한참 동안 울었고 끝내 실신해 응급치료를 받기도 했다.

유가족 대표는 인사를 통해 “신속하게 보국훈장을 추서해줘서 국가유공자로서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게 해주고 장례를 무사히 치를 수 있게 해준 수많은 관계자에게 감사하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수근이가 사랑한 해병대가 원인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같이 비통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마련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국훈장은 국가안전보장에 뚜렷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훈장으로 채 상병에게 수여된 보국훈장 광복장은 보국훈장 중 병사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훈격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해병대가 대원들에게 포상 휴가를 내세우며 구조 조끼 등도 지급하지 않고 무리하게 맨몸 수색을 독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병대는 예천에 투입된 첫날인 지난 18일부터 실종자를 발견했고 실종자를 발견한 대원에게는 14박 15일의 포상 휴가를 지급할 예정이었다. 소방본부 등 수색 당국도 사고 당일 해병대측에 강변 수색만 도보로 요청했고 물 속 수색은 요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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