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에 외국인 선수만 뛰는 것 아니다···외국인 캐디도 꾸는 코리안드림[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3. 7. 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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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투어 규모 커지면서
외국인 캐디들 대거 한국행
올해 상반기 30명 넘게 활약
뛰어난 실력에 선수들도 만족
말레이시아·태국 등 국적 다양
경비 아끼기 위해 단체 생활
백석현은 지난 5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말레이시아 국적의 캐디와 우승을 합작했다. KPGA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은 가운데 코리안드림을 이루기 위해 물 건너온 캐디들이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 캐디들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아일랜드 등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는 외국인 캐디들은 지난해부터 코리안투어를 누비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30명이 넘는 해외 국적의 캐디들이 코리안투어를 주무대로 삼았다. 하반기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코리안투어 등 골프계 관계자들은 “아시안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보다 코리안투어를 누비는 걸 선호하는 캐디들이 급격하게 많아졌다”며 “하반기에는 코리안투어에서 일하는 외국인 캐디가 50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2021년까지만 해도 코리안투어에서 해외 국적의 캐디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 특유의 산악형 골프장에 대한 경험이 적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서다. 여기에 코리안투어 대회 수가 많지 않아 외국인 캐디들도 한국행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러나 20개 대회가 넘게 열린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에서 활약하기 위해 코리안투어 선수들에게 연락하는 외국인 캐디들이 많아졌다. 코리안투어의 총상금은 2020년 이후로 꾸준히 증가해 올해 역대 최대인 260억원 규모로 열린다.

코리안투어 선수들의 반응은 어떨까. 호흡을 맞춘 전문 캐디가 부족했던 만큼 두 팔 벌려 반기고 있다. 코리안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풀시드를 받고 활약하는 선수는 240명 정도다. 그러나 전문 캐디 수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0~70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캐디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이 많다.

코리안투어 선수들의 외국인 캐디에 대한 만족도는 엄청나다. 최근 외국인 캐디와 우승을 합작한 백석현과 김동민, 박은신 등은 “경험이 풍부한 만큼 거리와 바람 계산, 그린 경사 파악 등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가장 만족스러운 건 매 대회 캐디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한 시즌을 함께 할 수 있는 만큼 확실히 편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캐디들의 실력이 뛰어난 이유는 오랜 시간 아시안투어에서 활약해서다. 외국인 캐디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문경준은 “아시안투어 캐디들은 아시아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생활해 각기 다른 골프장의 잔디, 바람 등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경력이 20년 넘는 캐디들의 경우 눈빛만 보고 내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 정도”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코리안투어 선수들이 외국인 캐디들을 선호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아시안투어를 병행할 수 있어서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아시안투어 대회에 출전할 때 캐디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며 “코리안투어와 아시안투어 출전권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외국인 캐디와 호흡을 맞추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캐디들의 어려움을 없을까. 지난해부터 코리안투어 캐디로 일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출신의 한 캐디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고 했다. 그는 “4~6명의 동료들과 함께 다니고 있다. 대중교통과 숙소 등이 잘 돼 있어 편하게 지내고 있다”며 “여러명이 함께 생활하는 건 경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음식의 경우 시장 등에서 재료를 직접 구매해 만들어먹는다. 가끔씩 말레이시아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 먹을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캐디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싱가포르 출신의 한 캐디는 “코리안투어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부터 코오롱 한국오픈까지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냈다. 중간중간 집을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이 있었지만 비행기 가격이 비싸 가지 못했다”며 “매일 저녁 영상 통화를 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만큼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겨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리안투어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 캐디들이 늘어나면서 KPGA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코리안투어 한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부터 외국인 캐디와 호흡을 맞추는 데 필요한 서류가 어떤 것인지 문의한 선수가 50명이 넘는다. 선수들이 요청하면 대사관 등에 연결해주고 있다”며 “외국인 캐디들이 코리안투어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지문과 로컬룰 등을 영어로도 제작하고 있다. 이외에도 외국인 캐디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최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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