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세운 '테라파워', 미래 원전 시장 선점 나섰다 [르포]
2008년 설립...미 에너지부·SK 등 투자
2030년 와이오밍 SMR 상업화 목표
‘테라파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2008년 MS에서 사실상 은퇴한 뒤 설립한 회사다. 자신의 고향이자 MS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州) 시애틀 교외에 테라파워를 세운 게이츠는 ‘안전하고, 저렴하며, 풍부한 무탄소 에너지 제공 기술 개발’을 목표로 내세웠다.
지난 5월에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 수요 증가에 대응하려면 (기존) 원자력발전이 필요하지만 문제가 많다. 건설 비용이 많이 들고 인적 오류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테라파워의 새로운 기술을 강조했다.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게이츠가 애정을 쏟아붓고 있는 테라파워의 비밀과 경쟁력은 무엇일까.
박사급 연구 인력 22%... SMR 선도 기업
지난 15일(현지시간) 시애틀 도심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벨뷰 테라파워 에버렛연구소. 한국 언론에는 처음 공개되는 테라파워의 핵심 연구시설을 찾았다. 사진과 영상 촬영이 금지된 격납고 모양 연구시설 안에서는 미래형 원자로 관련 기술 개발이 한창이었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풍력과 태양력을 적극 활용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에너지원으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원자력 에너지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테라파워는 원자력과 원자력 혁신을 통해 전 세계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자는 구상을 바탕으로 설립됐다”라고 설명했다. 전체 임직원은 400여 명이고 이 가운데 22%가 박사급 인력이라고 한다.
테라파워는 전 세계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ㆍSmall Module Reactor)’ 기업 중 가장 앞서 나가는 곳이다. SMR는 발전 용량이 기존 대형 원전(1,000~1,500㎿·메가와트)보다 작은 300㎿ 안팎이다. 하지만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해 생산하는 모듈형이라 기존 원자로보다 건설 기간과 비용이 줄어든다. 안전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는 평가다. 발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고, 핵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석탄 발전소 부지서 소형 원자로 건설 시작
테라파워가 집중하는 SMR는 ‘나트륨(Natrium)’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냉각재로 물 대신 액체 나트륨을 사용해 오염수 발생을 막고, 끓는점이 물보다 높은 880도여서 더 많은 열을 흡수하는 원리로 발전 출력도 높일 수 있었다. 원자로에서 냉각재가 흡수한 열은 용융염(molten saltㆍ고체 소금 성분인 질산나트륨과 질산칼륨을 상온에서 가열해 녹인 물질) 열저장설비를 통해 저장, 발전에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르베크 CEO는 “미국 에너지부에서 2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며 “2050년쯤 되면 전 세계에 나트륨 원자로가 수백 개, 용융염고속로가 수백 개 만들어져 청정에너지 공급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테라파워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중서부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345㎿급 나트륨 SMR를 건설 중이다. 약 50년간 운영됐던 석탄 화력발전소 부지에 나트륨을 건설해 주변 2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근 유타주를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상용 SMR 건설 후보지를 지속적으로 물색하고 있다. 석탄 발전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소형 원자력 발전으로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래 에너지 샛별에 투자하는 SK 등 한국 기업
테라파워의 힘은 SMR 건설에만 있지 않았다. 원자력 기술에서 파생되는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액티늄-225’ 생산도 준비 중이다. 연구소 중앙부에 자리한 실험실에선 정상 세포는 손상시키지 않고 암세포만 파괴할 수 있는 표적 알파 치료제 원료 중 하나인 액티늄-225가 개발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미래형 원자로인 염소염ㆍ용융염원자로(MCFR)도 건물 5층 높이 크기의 세계 최대 규모(2㎿) 실험 장비를 만들어 활발히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테라파워는 한국과의 협력 폭도 확대하고 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8월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 원) 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떠오르는 별인 SMR에 선도적으로 투자하고 나선 것이다.
또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 방미 당시 SK, SK이노베이션, 한국수력원자력, 테라파워 4자 간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 및 사업화 상호 협력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의 투자, 시공과 운영 능력을 미국 기술과 결합하기 위한 시도다. 테라파워는 HD현대의 투자도 받고 있다.
르베크 CEO는 “우리는 한국 원자력 산업의 역량 강화를 통해 원자력 규모의 확대를 도모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벨뷰=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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