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빨간펜 쫙…프로보다 정확"
예일대·와튼스쿨 졸업한 수재
2021년 스포츠박스 AI 선보여
빅데이터로 꼼꼼한 스윙 분석
레드베터·폴리·메이슨 등 사용
"개성 강한 韓골퍼 사로잡겠다"
예일대학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MBA….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금융인의 이력이 아니다. 주인공은 전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 출신으로 IMG와 톱골프를 거쳐 골프 스윙 분석 시스템 '스포츠박스 AI'를 만든 이지혜 대표(사진)다. 2년간의 연구 끝에 2021년 10월 세상에 선보인 스포츠박스 AI는 전 세계 골프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이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스윙을 찍으면 인공지능(AI) 빅데이터가 각 신체 부위를 정확하게 인식해 3차원 스윙과 함께 스윙 궤도 등 상세 데이터를 보여주는 게 스포츠박스 AI의 차별점"이라며 "골퍼라면 누구나 사용하고 각 스윙 데이터에 맞는 클럽과 샤프트 등을 추천해주는 원스톱 골프 시스템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LPGA 투어에서 활약했던 이 대표가 골프채를 잡은 건 초등학교 2학년 때다. 그러나 프로 골퍼를 지망하는 학생 선수보다는 일반 학생에 가까웠다. 이 대표는 공부에 매진했고 명문 사립고등학교 필립스아카데미를 거쳐 예일대학교에 입학했다. 골프 특기자로 입학한 건 아니지만 실력은 남달랐다. 그는 2003년과 2006년 아이비리그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2006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은행에 합격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선택은 안정적인 직장이 아닌 프로 골퍼였다.
이 대표는 "당시 '왜 사서 고생하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골프를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프로 골퍼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며 "아직도 LPGA 투어 출전권을 따냈던 2008년 퀄리파잉 토너먼트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만큼 골프를 좋아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프로 골퍼와 사업가 중 잘 맞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둘 다 어렵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대표는 "골프와 사업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가장 큰 차이라면 사업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스포츠박스 AI를 만든 뒤 협력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정답이 보이지 않았던 일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 쉽게 해결됐을 때 느끼는 쾌감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스포츠박스 AI를 만든 이유는 골프를 즐기는 모두가 자신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데이터에는 모든 게 담겨 있다. 어떤 스윙을 하고 어떤 고민이 있는지 데이터를 보면 알 수 있다"며 "올바른 길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 데이터 분석인 만큼 골퍼들이 쉽게 자신의 데이터를 알 수 있도록 3D 스윙 분석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골프계 반응은 어떨까. 상상 이상으로 뜨겁다. 데이비드 레드베터와 션 폴리, 크리스 메이슨, 나상현 등 유명 지도자들이 스포츠박스 AI를 사용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발전 가능성에 주목한 한 국내 게임사가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도자들이 스포츠박스 AI를 사용하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다. 현장에서 반응이 좋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측정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골퍼들이 먼저 찾는 스포츠박스 AI가 될 수 있도록 연구를 멈추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측정할 수 있는 만큼 스윙 분석 정확도는 높다"며 "내 스윙을 정확하게 알고 싶어 하는 골퍼들이 사용하면 남다른 만족감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한국 골퍼들을 위한 한국어 지원 서비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남다른 애정과 차별화되는 개성 골퍼들이 많은 한국에서 스포츠박스 AI가 인정받으면 다른 나라에서도 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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