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로 1년에 ‘131억’ 피해 예상되는데, 30년 빈도 비에만 대비한다?
하천 규모만 기준으로 한 홍수 방어 방안은 실제 피해가 생길 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천에 제방을 쌓을 때, 하천 규모와 함께 생길 수 있는 홍수 피해의 규모를 고려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이런 내용을 담은 ‘홍수 취약 지역 피해 경감을 위한 홍수 방어 목표 개선 방향’ 보고서를 지난달 15일 냈다.
보고서는 낙동강 유역의 지방하천 범람으로 인한 홍수 위험을 가로·세로 100m인 격자로 나누어 연평균 예상 피해액을 분석했다. 낙동강 유역은 2010~2019년 10년간 평균 홍수 피해액이 전국에서 가장 크다. 연구진은 환경부 ‘홍수위험지도’를 통해 내리는 비와 유역의 물 환경을 고려해, 홍수의 범위, 깊이, 홍수 빈도를 먼저 알아냈다. 이후, 잠기는 정도에 따라 얼마나 피해가 심각한지를 주거용 건축물, 산업시설, 농경지, 인명 피해별로 나누어 도출했다.
연구진이 산정한 전체 피해액에서는 주거자산 피해가 60.4%, 농업자산 피해가 35.2%, 인명 피해가 3.6%, 산업자산 피해가 0.8%로 분석됐다.
낙동강 권역 지방하천 연평균 홍수 피해액의 기댓값을 추산한 결과, 경남 김해 해반천, 양산 다방천 등의 연평균 기대 피해액이 가장 컸다. 해반천은 약 131억원, 다방천은 106억원에 달했다. 차량, 공공시설물 피해, 교통혼잡, 파급효과 등 간접 피해는 제외해 과소 추정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들 하천의 홍수 방어 목표는 기점 기준으로 30~100년에 불과했다.
연구진이 하천의 홍수방어목표와 연평균 기대피해액을 분석해 보니 두 변수 간 상관관계를 찾기 어려웠다.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는 하천의 홍수 방어 목표가 50년 빈도로 설정된 곳도 상당수 발견됐다. 연구진은 “피해 저감을 목적으로 홍수 방어 목표를 설정했다면 두 변수가 비례관계여야 한다”라며 “연평균 기대피해액이 크다면 홍수 방어 목표를 높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하천 규모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홍수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 기후변화·홍수 취약성을 고려하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국가하천, 지방하천, 소하천으로 나누어 각각 100년 빈도, 50년 빈도, 30년 빈도의 홍수에 대비하도록 하고 있다. 인구, 자산, 주요 국가시설 등을 고려해 세분화한 등급을 만들고, 홍수 취약성이 큰 곳에는 200~500년 빈도까지도 홍수 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위한 근거로 수자원법을 개정해, 홍수위험지도에서 더 나아가 ‘홍수피해액 지도’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제안했다. 연구진은 “홍수 방어 기준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돼, 법이 개정된다 해도 방법론을 마련하지 못하면 실무에 반영하기 어렵다”라며 “앞으로는 기후변화·사회 경제적 변화에 대한 미래 시나리오를 고려한 홍수 피해액을 추정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기후위기 시대 홍수 취약지역에 대한 피해 경감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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