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읽고 몸으로 말하다".. 경계를 허물고, 예술가의 일상에서 예술하며 거닐어보기
서귀포시 복합문화공간 '콜라주플라츠'
기획·안무 기은주, 출연 강한나·정한별
28일 '길 위의 춤'.. 장소 특정 공연 함께
# 궁금한 주제가 있으면 결과를 전제하지 않고 끊임없이 주제를 탐구하고 그 과정 중에 가치를 만나고 찾아냅니다. 발견하는 과정이 의미 있고, 그 과정이 결과물만큼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협업하는 창작가들의 몸의 언어, 생각의 언어, 소리의 언어 등 다양한 장르 언어들로 표현하며 섞이고, 통과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참여 대상이 남녀노소 누구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사람들인지 계속 보고 관찰하고 공감하다 보면 대상에 따라, 또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따라 작업은 무궁무진하게 변화하고 새로운 결과물로 이어집니다. 이런 방법은 창작을 할 때, 리서치 과정에 퍼포머들과 작업 과정에서 방법을 수정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어떤 발표, 무대를 위해 만드는 작품이 아닌 과정이 잘 드러나는 방법을 택해 ‘함께’ 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런 시도를 통해 지금까지 새로운 형식으로 독창적인 공연 무대들을 선보였습니다.
지난해 장르의 경계를 떨쳐낸 창조적이고 과감한 행보를 보인 ‘무용다방’의 다음 행선지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장소 특정 공연’이 어디 새롭겠냐 싶겠지만, 사실 세상이 그렇습니다. 이미 내가 잘 알고, 잘 살고 있다 믿는 세상입니다. 여기에 틈입한 예술가의 시각입니다. 무엇을 보든, 당연히 내가 알고 보던 것이지만, 전혀 다른 이유와 방식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어떤’ 시선입니다. 좀더 다양한, 다층의 시야로 사물을, 세상을 보자며 손을 내밉니다. 앉지 말고, 서서 풍경을 바라보면 세상이 제각각 다 다른 모습입니다. 그렇게 ‘예술’ 한 번 해보길 권합니다.
현대무용가이자 콜라쥬테아터그룹 '무용다방' 기은주 대표가 올해 준비한 '나.그.네' 창작 작품 공연이 27일, 28일 이틀간 찾아옵니다.
춤으로 찾아가는 라이브 퍼포먼스 '나.그.네'는 일상 공간에 예술가가 찾아가 몸의 움직임을 전시하는 형태의 '장소 특정형 공연'입니다. 관객은 일반 공연을 '감상'하듯 객석에 앉아 무대를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닌, 행사 공간을 배우와 '함께' 이동하면서 관람하는 능동적 주체로 참여합니다.
'나그네'는 사전적인 의미로 '자기 고장을 떠나 다른 곳에 잠시 머물거나 떠도는 사람'입니다. 다시 이를 '나=Me', '그=You', '네=Yes'로 나눠 보여주지만, 이 역시 연결을 위한 하나의 장치 역할을 합니다. 바라보는 이, 공연하는 이가 분리되어 있으나 별개가 아니고, 곧 어우러져 공감할 수 있다는 일종의 암묵적 합의와 연대의 기호입니다.
지난해 설명무용극 '독무가'에 이어 선보이는 '나.그.네'는 2022년 '무용다방'의 아트인큐베이팅프로그램 '월간춤'에 선정돼 현재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청년예술가 강한나, 정한별과 함께 해 더 의미가 있습니다.
장소 특정 공연으로 남원읍 위미리에 위치한 복합문화예술공간 '콜라주플라츠(Collage Platz)'의 내외부 공간과 건물 1층에 위치한 독립출판서점 라바북스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그네'는 주제를 무용극화해 무용을 바탕으로 대사나 연기, 글, 그림, 사진, 영상 등 장르 경계를 허물고, 리서치의 결과를 자유롭고 실험적인 형태로 표현한 과정과 가치 중심의 설명무용을 제시합니다.
관객은 '나그네'에 참여하고 관람함으로써 '무용'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습니다.
또한 장소 특정적인 춤으로 극장에 갇힌 춤을 탈피해, 춤을 회복하고 확장하는 과정이 '무용'이라는 순수예술장르에 대한 문턱을 낮추면서도 마을의 작은 공간과의 협력과 상생으로 새로운 형태의 민간 예술공간을 제안합니다.
기은주 대표는 "'익숙한 일상의 공간'을 '낯설고 새롭게 바라보기'하면서 공간의 개념을 확장시키고, 예술가의 예술적 경험들을 관객과 함께 나누며 예술을 체험하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공연 취지를 전합니다.
이어 "창작자의 일방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관객 참여형 융복합예술로 작품과 공연을 완성한다. 관객과 예술가 그리고 예술 공간은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즉, 유기적으로 연결된 존재"라며 "즉흥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라이프 퍼포먼스 공연을 통해 참가 관객은 살아있는 예술적 순간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길 기대한다"고 바람을 더했습니다.
보다 자세한 문의, 공지는 '예술공간 탄츠하우스'와 '콜라주플라츠'의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참고하면 됩니다.
이번 공연은 제주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제주문화예술지원사업 후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아트디렉터를 맡은 기은주 대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예술전문사를 졸업하고 현재 콜라쥬테아터그룹 '무용다방(無用多方)'과 무용전문예술공간 '탄츠하우스인제주(TANZHAUS IN JEJU)' 대표, 제주국제즉흥춤축제 운영위원, 제주국제무용제 조직위원회 이사 등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2017년 제주로 이주해 무용예술교육과 공연예술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한 강한나는, 움직임을 통해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창작을 하고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이자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는 예술가로 비언어 예술의 힘을 믿고 탐구하고 있습니다.
정한별은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용학 석사를 마치고 현재 극장이라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장소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하면서 확장된 경계에서의 '몸'을 통한 예술 작업들을 시도하는 중입니다. 즉흥적이고 우연적으로 발현되는 움직임을 지향하는 예술가입니다.
■ 제주국제무용제 '길 위의 춤' 공연.. 28일 오후 4시
23일 개막한 '제1회 제주국제무용제(2023 JIDANCE)'의 공연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무용다방'이 한국측 대표로 참여해, 다른 나라 대표들과 함께 공연을 선보입니다.
28일 서귀포 남원읍 위미1리 일대 올레길 5코스에서 펼쳐지는 장소 특정 공연 '길 위의 춤(Dance of on the Road)'입니다.
제1회 제주국제무용제의 장소 특정 무용 공연으로 편성된 공연은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Sonia Rodriguez(독일), Miguel Cameraro(스페인), Natalia Medina(스페인), Namstrops(일본), 무용다방(한국) 등 4개국 다섯 개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합니다.
이들 아티스트들은 오후 4시 제주 올레길 5코스에 있는 '마음빛그리미 갤러리' 앞에서 출발해 위미 해변 등대, 위미 포구 어선 집하장, 위미 초등학교를 거쳐 자연에서 영감받은 자신들의 공연을 선보이고, 마지막 공연장소인 예술공간 콜라주플라츠 스튜디오에서 관객들과 함께 하는 나눔 춤으로 공연을 마무리합니다.
우리나라 대표로 참여하는 '무용다방'은 일반 성인에 이어 전문 무용수, 어린이 청소년으로 구성된 단체로 행사 진행과 공연자를 모두 수행하는 환경에서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지난해 제주문화예술재단 후원으로 연구·개발한 예술교육프로그램 ‘즉흥춤 도슨트’의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은주 대표는 "겨울의 동백으로 유명한 위미에 여름의 춤이라는 이야기를 더하고 싶었다.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고즈넉하고 소박한 매력을 가진 정취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길 위의 춤을 구성했다"면서 "이같은 시도가 도민들이 무용 예술에 한 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자세한 문의와 공지 또한 '콜라주플라츠'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참고하면 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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