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사논문 심사 접대받은 국가경찰위원···경찰은 “형사처벌 대상 아냐”
현직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인 대학교수가 박사과정 논문심사를 하면서 심사대상자로부터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서 정한 가액의 범위를 넘어선 식사 접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접대 사실을 인지했지만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라고 보고 사건을 불송치했다. 국가경찰위원회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민주성·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치안정책 관련 심의·의결 기관으로, 상임위원은 차관급 정무직에 해당한다.
2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국가경찰위원인 A교수는 지난 5월16일 한 대학교 경호보안학과 박사 논문심사 1심을 마치고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음식점에서 심사대상자들과 술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A교수를 포함한 논문 심사위원 교수 7명과 심사대상자 3명이 함께 있었다. 2심 심사가 있던 6월6일에도 같은 곳에서 술을 곁들인 식사 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식대와 술값 등을 논문 심사대상자 3명이 함께 계산했다는 점이다. 심사대상자 중 1명이 계산한 금액만 37만1000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식당에서 가장 저렴한 저녁 메뉴 가격은 3만5000원이고, 술이 오간 점을 고려하면 A교수 등은 청탁금지법상 ‘사교·의례 목적의 식사’ 가액 범위인 3만원을 넘는 접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석·박사 논문 심사 시 심사위원 담당교수들에게 식사를 접대하는 것은 A교수가 속한 대학에서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행위다. 해당 학교의 ‘2023학년도 가을 석사 및 박사 최종합격 학위청구논문 제출 안내’ 공고문에 포함된 ‘Q&A’ 예시 사례를 보면, “대학원생이 석・박사 학위 취득을 위한 논문 심사 후 심사위원인 담당 교수들에게 7만원의 식사를 접대했다면 법 위반인지”를 묻는 질문에 “허용될 수 없다”는 답변이 적혀 있다. 이 학교는 ‘사교 의례 목적인 경우 3만원 이하의 식사는 받을 수 있는데, 논문심사라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므로 3만원 이하의 식사제공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3월 교수들에게 식사를 접대한 논문 심사대상자 측의 고소로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경찰은 A교수가 받은 식사 접대는 불법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접대 사건 연루 교수들을 불송치하면서 “(심사대상자들이) 교수들에게 논문심사 후 관례상 식사를 접대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다만 법에서 정한 형사처벌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식사 자리가 여러 차례 있어 1개의 행위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접대 금액도 합산이 아닌 개별로 봐야 한다며 형사처벌 기준인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A교수와 함께 식사를 접대받은 B교수는 식사접대와는 별도로 논문 심사대상자로부터 15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제보자 측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A교수가 불송치 처분을 받은 것은 경찰이 현직 국가경찰위원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교수는 “논문 심사교수가 심사대상자에게 접대를 받았다면 부적절한 게 맞다”면서도 “동료 교수가 먹으러 가자 해서 따라간 것이지, 누가 계산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다른 교수가 사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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