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윤리심사자문위, “코인 신고 의원 11명 중 대다수가 이해충돌 소지”
국회의원들의 가상자산(코인) 보유·거래 내역을 들여다본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최소 5명 의원들에 대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보고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가상자산 관련 현황을 자진 신고한 의원은 총 11명이다. 국민의힘에선 권영세 통일부 장관, 김정재·이양수·유경준·이종성 의원 등 5명이, 더불어민주당에선 김상희·김홍걸·전용기 의원 등 3명이 포함됐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무소속 김남국·황보승희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 4선 중진인 권 장관과 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이양수 의원, 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1000만원 이상을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위는 최소 5명 의원들의 경우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재풍 자문위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거래횟수와 금액을 기본적으로 봤고, 거래 및 보유한 코인 종류와 소속 상임위를 겹쳐보며 이해충돌 여지를 살폈다”며 11명 중 대다수가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해충돌 가능성이 다수에게 있다고 본 이유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국회의원들은 코인을 갖지 못하게 하자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그래서 (징계 기준이 되는) 거래 규모나 횟수를 낮춰버리자는 얘길 나눴다”고 전했다.
권 장관은 지난 3년여간 가상자산 거래 횟수가 400회 이상이며, 김홍걸 의원은 100회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거액 가상자산 투자로 논란이 된 김남국 의원의 거래 횟수는 최소 200회로 알려진 바 있다. 다만 자문위에 따르면 김남국 의원의 거래 횟수는 상임위 도중에 국한돼 권 장관 및 김 의원과는 차이가 있다.
■국회법 개정 따라 ‘자진신고’
이 같은 가상자산 관련 현황 신고는 지난 5월 국회법·공직자윤리법 개정에 따라 이뤄졌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은 자신 및 가족의 가상자산 보유·변동 현황을 올 6월 말까지 자문위에 등록하게 됐다. 다만 처벌 조항이 없어 자진 신고에 의지했고, 거래 사실을 숨겨도 알 수 없다는 허점이 지적됐다. 공직자 재산공개와 달리 의무 공개 사항도 아니다.
게다가 이번 국회까지는 특례를 적용해 의원 본인의 가상자산 보유 및 거래 내역만 신고하도록 해 가족 등 명의로 차명 거래한 경우는 파악이 어렵다. 국회의원과 4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 보유현황 신고와 공개를 규정한 공직자윤리법의 경우에도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부칙에 따라 의원들은 내년 초 재산 신고 이전에 가상 자산을 처분할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전수조사를 받자는 내용의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 역시 국회 정무위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이후 진전이 없다. 지난달 민주당 의원 전원이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한 반면 국민의힘은 아직이다. 김남국 의원 사태로 궁지에 몰린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조사에 따른 정치적 유불리의 셈법이 다르다.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을 둘러싼 감사원 및 여야 간 공방에서 드러났듯 권익위를 향한 정치권 내 시선도 다르다.
■처벌 No, 숨기면 Don‘t know…권익위 조사도 ‘미적’
김홍걸 의원은 이날 기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투자 동기는 2019년 선친의 동교동 자택을 상속받으며 발생한 약 17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충당”이라고 해명했다. 그의 부친은 고 김대중 대통령이다. 그는 “저의 가상자산 거래는 2021년 3월부터 가상자산이 폭락한 5월까지 두 달 사이에 집중됐다”며 큰 손해를 봤다고 했다. 그는 “자발적으로 가상자산을 빠짐없이 성실히 신고한 소수의 국회의원들만 불필요한 오해를 근심하며 해명을 해야 할 입장이 됐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권 장관은 통화에서 “젊은 세대가 많이 한다기에 투자해봤을 뿐”이라며 “횟수보다는 언제 했는지, 전체 금액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 (내 경우) 이해충돌이 되는 상임위에 있을 때가 아니었으며, (수십억원대 투자 의혹이 있는) 김남국 의원과는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전용기 의원, 김상희·조정훈 의원 측은 현상 파악 내지 공부 차원의 투자였으며 100만원선 소액에 그쳤다고 밝혔다.
자문위는 가상자산 관련 현황을 신고한 의원 11명 가운데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의원들을 추려 다음주 중 김진표 국회의장 및 소속 정당에 통보할 방침이다.
11명 의원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김남국 의원 징계 절차가 복잡해질 전망이다. 앞서 자문위는 지난 21일 김남국 의원에 대해 최고 수위 징계인 ‘의원직 제명’을 권고했고, 이를 받아든 윤리특위는 오는 27일 전체회의에서 ‘김남국 징계안’을 소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가상자산 신고 의원 가운데 상당수에게서 이해충돌 가능성이 발견된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김남국 징계안’만 단독 처리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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