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 의심' 소포에 전국 비상…경찰, 국제공조 수사 착수

황병서 2023. 7. 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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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23일 오전 5시 기준 해외 우편물 관련 신고 1904건
한국·대만, 국제 공조 통해 ‘해외 우편물’ 발송 경위 등 조사
온라인 실적 조작, 무작위 택배 발송 ‘브러싱 스캠’ 가능성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전국 곳곳에 기체 독극물이 담긴 것으로 의심되는 국제 우편물 신고가 잇따르며 관계기관에 비상이 걸렸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재난문자를 통해 유해물질로 의심되는 해외 우편물에 대한 주의보를 내린 가운데, 경찰은 우편물 발신지의 파악 등을 위해 대만 등과의 국제 공조를 벌일 예정이다.

인천서 발견된 국제 우편물(사진=뉴스1)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대만 등지에서 수상한 소포가 배송됐다는 112신고가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전국에서 총 1904건 접수됐다. 지난 22일 오후 5시 기준 1647건에서 12시간 사이 257건이 추가됐다. 경찰은 이 가운데 587건을 수거해 조사 중이며, 나머지 1317건은 오인 신고로 확인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60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 472건, 경북 89건, 인천 85건, 전북 80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충북·대전·대구 각각 66건, 부산 64건, 전남 54건, 광주 49건, 울산 48건, 경남 33건, 제주 9건 등 전국에서 신고가 잇따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우편물은 노란색이나 검은색 우편 봉투로, ‘CHUNGHWA POST(청화 포스트)’, 발신지로 ‘P.O 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대만 타이완)’으로 적혀 있다. 소포에는 립밤 등 비교적 저렴한 물건이 무작위로 들어 있거나 아예 비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은 지난 20일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기체 독극물이 담긴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신고되며 불거졌다. 이 소포의 경우 개봉한 이들에게 팔 저림 등의 증상이 있어 국방과학연구소가 정밀 분석했지만, 화학·생물·방사능 등의 위험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후 전국에 유사한 신고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에도 천안의 한 가정집에 정체불명의 국제 우편물이 도착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바 있다. 대만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된 이 소포는 애초에 알 수 없는 가스 검출이 확인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우편물을 수거해 조사한 경찰은 가스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에서도 유사한 소포가 발견돼 건물 안에 있던 1700여 명이 한꺼번에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대만 등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이번 사건의 경위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 22일 “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과에서 피해자의 피해 원인 등을 파악하고 국제 공조를 통해 우편물 발신지에 대해서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만 측도 이 우편물들이 중국에서 최초 발송됐고, 관련 조사를 위해 한국 측과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주한 대만대표부는 지난 21일 “조사 결과 해당 소포는 중국에서 최초 발송돼 대만을 거친 후 한국으로 최종 도달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현재 양국의 관련 부처는 긴밀히 연락을 취하며 공조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외신 등에 따르면 대만 부총리 격인 정원찬 행정원 부원장도 내정부 경정서 형사경찰국 조사 결과를 통해 해당 우편물이 중국에서 최초로 발송됐고, 전담팀을 조직해 계속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은 해외 우편물 발송 경위와 관련, ‘브러싱 스캠’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브러싱 스캠은 온라인 쇼핑몰 판매자가 판매 실적과 평점을 조작하기 위해 불법을 저질러 얻은 개인정보를 이용해 무작위로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발송하는 행위를 뜻한다. 2020년 미국 곳곳에 정체불명의 씨앗이 배달된 사례가 있다. 당시 ‘바이오 테러리즘’ 의혹이 제기됐으나, 미 농무부는 이 사건을 브러싱 스캠으로 추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웅혁 건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과 우정사업본부의 협업이 필요한 사항으로, 동일 발신지로 추정될 수 있는 것인지와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상업적 목적이나 배후 단체가 있었는지에 대한 유형으로 나눠 수사할 필요가 있다”며 “브러싱 스캠 등의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관련 수사를 했던 수사기관과의 협업 등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 건물이 테러 의심 우편물 접수로 전면 통제되고 있다(사진=뉴스1)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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