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신동현 수도권기상청장

김기현 기자 2023. 7. 2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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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기후... 주민 안전 지키는 '탄탄' 기상안전망 구축
신동현 수도권기상청장. 홍기웅기자

 

“기상이변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기상 행정을 발전·강화시켜 보다 안전한 수도권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후위기에 따른 위험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이례적인 폭우 영향으로 24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낸 충북 청주 궁평2지하차도 참사가 대표적 사례다. 이를 비춰볼 때 극한호우, 나아가 극한기후의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만큼 기후위기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현실을 자각했던 신동현 수도권기상청장(56)은 현재 수도권 기상 행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2021년 12월부터 제6대 수도권기상청장을 맡은 이후로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쉰 적이 없을 정도다. 자연재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수도권기상청을 찾아 그를 직접 만나봤다.

Q. 기상이변이 심각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어떤 영향이라고 분석하고 있는지

A. 최근 지구온난화와 기후변동성의 증가로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가속화로 극지방의 해빙 소실이 일어나고, 이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영향 탓에 최근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 겨울철 이상고온 등 극단적인 날씨에 따른 피해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동작 강수량이 1시간 141.5mm, 1일 381.5mm를 기록하는 등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내렸고, 같은 해 9월 동해안 지역에는 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반면 남부지방에는 평년보다 적은 강수량으로 심한 가뭄이 발생했다. 이처럼 한반도 내에서도 지역별 강수량의 편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이상기후 현황과 영향을 평가하고,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무조정실·기상청 주관 범부처 연합으로 2010년 이후 매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Q.언제부턴가 여름철에 폭우를 경험하는 게 당연해지고 있다. 이 또한 기상이변의 영향인지

A. 1950년 이래로 다수의 기후현상에서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고온현상의 증가, 저온현상의 감소, 호우빈도 증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간 활동인 화석연료 사용으로 온실가스가 증가한 게 원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보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된다면 예기치 못한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하게 되는데 실제로 1950년대 이후 육지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호우 현상에서 발생빈도와 강도가 강해졌다. 특히 수도권의 1991~2020년까지 10년 단위 연대별 강수량을 보면 1990년대 1천317.3mm였던 강수량이 2000년대에는 1천387.9mm로 증가했다가 2010년대에는 1천203.9mm로 감소하는 변동성을 보인다.

하지만 30년 평균 2.5일인 여름철 하루 80mm 이상 강수가 있었던 날이 지난해 여름엔 5.2일을 기록했다. 1시간 30mm 이상의 강수가 내린 날 역시 지난해 여름(4.8일)이 역대로 많았던 1998년(5.0일)에 조금 못 미쳤다. 집중호우 빈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Q.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또 올 여름 태풍 영향은 없는지

A.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는 경우 하천변 산책로 또는 지하차도 이용 시 고립될 수 있으니 출입을 자제해야 하며 계곡이나 하천에서는 갑자기 물이 불어날 수 있으므로 인명사고와 침수피해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장시간 비가 지속된 이후에는 적은 양의 강수가 내리더라도 산사태와 축대 붕괴 등 큰 피해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안전사고에 더욱 유의해야 하며 기상 레이더 영상을 통해 현재 강수 지역과 강도 등을 수시로 확인해 위험기상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피해야 한다.

태풍은 장기적인 전망보다는 태풍 발생 이후 단기적인 진로 예측이 더욱 중요하다. 기상청은 국가태풍센터를 통해 태풍계절예측시스템을 활용한 감시와 분석을 철저히 해 태풍정보를 발표한다.

30년 평균 여름철 태풍은 11개가 발생했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2.5개였다. 지난해 여름에는 총 9개의 태풍이 발생했으며 이 중 3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다. 기후변화로 인해 크고 강한 태풍이 여름철 후반부에도 한반도로 북상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예의 주시해야 한다.

신동현 수도권기상청장. 홍기웅기자

Q. 장마 이후 폭염에 따른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올해 여름철 기온은 어떻게 예측하고 있으며 대응 방안은

A. 기후감시 요소들의 영향과 기상청 및 관계기관이 제공한 기후예측모델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발표한 3개월 전망에 따르면 7∼8월은 우리나라 부근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돼 수도권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각각 40%로 전망된다. 7월은 저기압의 영향으로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많겠고, 8월은 발달한 저기압과 대기불안정에 의해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겠다.

사람이 느끼는 더위는 기온뿐만 아니라 습도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같은 기온이라도 습도가 높은 경우 체감적으로 느끼는 더위는 더욱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기상청에선 기존에 최고기온 기준으로 발표하던 폭염특보를 습도까지 고려한 체감온도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름철 폭염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엔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물을 충분히 마시고, 격렬한 야외활동은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영유아와 노약자는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하며 폭염 영향예보와 최신 기상예보를 확인해야 한다.

Q. 점점 뜨거워지는 날씨에 대한 우려도 많다. 과거와 비교하면 어떤가

A. 수도권 대표 6지점(서울, 인천, 수원, 강화, 양평, 이천)의 1991~2020년 30년 평균 기온(평년)은 12.1℃이다. 10년 단위로 살펴보면 1990년대(1991~2000년) 12.2℃였던 평균 기온이 2010년대(2011~2020년)에 와서 12.6℃로 0.4℃ 높아졌다. 또한 지난 50년(1973~2022년)간 연평균 기온이 높았던 해가 최근 10년 내 8회나 차지했다.

점점 뜨거워지는 날씨는 여름철 주의를 요한다. 특히 자연재난 원인별 인명피해 1위를 기록하는 ‘폭염’의 경우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연중일수로 ‘폭염일수’를 분석하는데, 수도권의 30년 평균 폭염일수는 8.5일이다. 과거 10년(2001~2010년)은 5.3일이었던 데 비해 최근 10년(2011~2020년) 평균 폭염일수는 11.9일로 6.6일 많아졌다.

Q. 이런 기후 변화에 발 맞춰 추진 중인 기상청 나름의 대책도 있다던데

A. 지난달 15일부터 호우 재난문자 시스템(CBS)을 도입했다. 기존 예보와 특보에 CBS까지 더해 3중 기상안전망을 구축한 셈이다. CBS는 1시간 누적 강수량 50㎜이면서 동시에 3시간 누적 강수량 90㎜가 관측된 경우에 발송된다.

또한 매우 급격히 발달하는 폭우에 대비하기 위해 시간당 72㎜ 이상의 강한 폭우에 대해선 즉각 재난문자를 보낸다. 여기에 위험기상이 발생한 지역을 보다 상세하게 읍·면·동 단위로 알려준다. 수도권(경기·인천·서울)에서 시범 운영한 뒤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점차 강하고 빈번해지는 기상이변으로부터 인명사고 등 피해를 줄이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끝으로 수도권 주민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여름철에는 날씨의 변화가 크게 나타난다. 어느 지역에선 국지적으로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반면,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는 폭염이 지속되기도 한다. 기상청에선 ‘날씨누리’ 홈페이지와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각 지역의 기상상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매일 기상예보에 귀 기울여 국민 모두가 안전한 여름을 보내시기 바란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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