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층 최대치에 반사이익 못 얻는 민주당···“감나무 밑에서 홍시 기다리는 꼴”
22대 총선을 9개월 앞두고 무당층 비율이 최대치로 치솟고 있다. 정부·여당은 잇따른 실정 논란으로 지지율이 떨어졌거나 지지부진하다. 도덕성 위기를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에 실망한 유권자의 표심을 좀처럼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별다른 혁신없이 정권심판론과 통합만능론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권심판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여권의 정치혐오 조장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무당층은 32%로 윤석열 정부 들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무당층 비율(32%)은 지난 대선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지지율(30%)을 추월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2%포인트 떨어졌고 무당층 비율은 2%포인트 늘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3%로 지난주와 같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7∼19일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정당지지도는 무당층 38%, 국민의힘 30%, 민주당, 23% 순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4%포인트, 민주당은 5%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무당층은 7%포인트 올랐다.
정부·여당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수해 부실 대응, 김건희 여사 일가 양평 고속도로 특혜 논란 등으로 지지율 답보상태를 겪고 있다. 국민의힘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전 정부를 비판하거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는 전략을 펴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거론하면서 “이 대표가 소설 운운하며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비난해도 이 대표가 저지른 범죄 혐의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 확장보다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는 이유는 투표율이 떨어져도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에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60대 이상 노인층·보수층의 투표율은 잘 내려가지 않지만, 60대 이하·호남·무당층·부동층 투표율이 떨어질수록 정권심판론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으로 맞섰지만 대안세력으로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자 논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을 거치면서 도덕성 위기를 겪고 있다. 이를 타개하고자 지난달 출범한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이 대표 체제 힘 싣기’ 논란에 휩싸였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지난 18일 SBS 라디오에서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 아니냐’는 질문에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위기론’ ‘정권심판론’ 등 민주당 일각의 안이한 상황 인식도 당 혁신을 방해하는 요소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내년 총선은 무역적자·가계부채 등으로 자영업자가 돌아서면서 정권심판 선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 관계자는 “혁신은 하지 않고 감나무 밑에서 홍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꼴”이라고 쓴소리했다. 일부 친이재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이 분열만 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통합만능론’도 거론된다. 당 혁신위원회도 이런 인식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지난 18일 만찬 회동을 앞둔 이 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향해 “깨복쟁이 친구처럼 어깨동무하고 나온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양당 정치에 대한 혐오가 늘어날수록 아쉬운 건 야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찬 정치평론가는 “당 지도부의 도덕적·통합적인 리더십 부족, 혁신위의 팬덤정치 청산 의지 부족, 국민의 삶과 국가 미래를 위한 의제 설정 부재가 민주당을 민주당답지 않은 정당, 기득권 정당으로 만든 요인”이라며 “민주당이 이 세 가지에 대해 응답하지 않으면 마음 떠난 무당층을 투표장으로 불러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과 NBS 조사 모두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표본온차는 95% 신뢰수준에 ± 3.1%포인트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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