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기술 농업 선도 … 스타트업에 年 1000억 이상 연결"
농식품 분야 스타트업에 '엄마' 같은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있다. 창업 초기 자금을 투자해주고 판로와 기술, 네트워킹까지 지원해준다. 전북 익산에 있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농진원)이 그곳이다. 이번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박람회(AFRO 2023)'의 대표 주관 기관도 바로 농진원이다. 당초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출발한 기관이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 작년 3월부터 농진원을 이끌고 있는 안호근 원장(사진)을 만났다.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와 농협중앙회 상무를 지낸 안 원장은 "기술과 창업을 기반으로 우리 농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을 지원하다 보니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농진원이 예전에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었는데.
▷우리 기관은 농촌진흥청 산하 공공기관으로 농업 분야 연구개발 성과의 실용화를 촉진해 농업인 소득 증대와 농식품 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2009년 설립됐다. 우수한 농업 기술을 농업인과 농산업체에 전달하는 중개자 역할을 하고, 그 기술이 널리 상용화되도록 뒷받침하는 일을 주로 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으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기관의 역할이 출범했을 때보다 다양해졌다. 농업 기술 실용화 사업을 근간으로 하면서 농식품 벤처 창업 활성화와 스마트 농업 확산, 신품종 보급, 종자 산업 육성, 저탄소 농업 환경 조성, 고품질 분석 서비스 등 농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을 추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술 기반 농업을 진흥한다는 의미에서 한국농업기술진흥원으로 명칭이 바뀌게 됐다.
―농식품 스타트업에는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비롯해 판로 지원, 창업 교육과 컨설팅 등 종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전국 8곳에 농식품 A+센터(농식품벤처창업센터)를 운영하면서 현장 맞춤형 창업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해마다 우리가 지원하는 스타트업이 400여 개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자금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CJ제일제당, 롯데벤처스, 농협, 하이트진로 등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대기업과 협업해 스타트업이 민간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또 농식품 특화 액셀러레이터와의 연결을 통해서도 민간 자금이 연결되도록 하고, 시제품 제작이나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을 직접 지원해 주기도 한다. 금리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기술창업자금 지원사업(저금리 대출 연계사업)'을 통해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스타트업에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작년 우리 기관의 지원으로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한 금액이 1000억원 가까이 된다.
―판로와 컨설팅 지원에 대한 반응도 좋은데.
▷국내 대형 유통사 채널에 입점하는 것을 지원한다. 쿠팡, G마켓, 11번가, 카카오스토어, 우체국쇼핑몰 등 온라인 유통 채널을 비롯해 공영홈쇼핑이나 NS홈쇼핑 같은 홈쇼핑 채널, 농협하나로마트나 현대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도 연결해준다. 창업 교육과 컨설팅은 해당 스타트업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스타트업이 선호하는 일대일 멘토링 등 효과성이 높은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진원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의 생존율은 어떤가.
▷농진원이 2016년 스타트업에 본격적인 지원을 시작한 이래 최근까지 지원한 스타트업은 총 828개사에 달한다. 2017년 신규 지원을 받은 기업 중 작년 8월 기준 생존해 있는 기업 비율을 따져보니 88.5%에 달했다. 농진원이 지원한 스타트업 10곳 중 거의 9곳이 5년간 생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국내 제조업체 5년 생존율(38.4%)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일반적인 스타트업 생존율보다 많이 높은데.
▷스타트업이 농진원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공모를 통해 5대1에서 1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넘어서야 한다. 1차적으로 선별된 스타트업이다 보니 일반 스타트업보다 생존율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농진원의 선발 기능이 잘 작동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에 'AFRO 2023'이라는 행사를 기획하게 된 배경과 취지는 무엇인가.
▷농식품 산업이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기술(BT) 등 다양한 기술과 융복합되면서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제 농업 분야에서는 애그테크, 식품 분야에서는 푸드테크라는 이름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농식품 스타트업의 창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목적에서 농식품 스타트업 창업에 특화된 박람회를 최초로 기획하게 됐다.
―다른 농식품 박람회와 차별화되는 점은.
▷기존 농식품 분야 박람회는 주로 전시와 판매 위주가 많았다. 이에 비해 AFRO 2023은 테크 기반의 농식품 스타트업 250개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 창업기업이 필요로 하는 투자사, 바이어, 연구자, 다른 스타트업과 네트워킹할 수 있는 다양한 부대행사가 함께 열린다는 점이 차별화된다.
―시기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
▷지금 국내 투자 시장은 경기 부진과 고금리 등 여파로 크게 위축돼 있다. 국내 벤처투자사의 신규 투자액이 2021년 4분기 2조4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9000억원으로 감소했다는 통계가 있다. 창업 3~5년 차 스타트업은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려면 원활한 자금 유입이 필수다. 이번 박람회가 농식품 스타트업에 좋은 투자 유치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농진원이 한국 농업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우리 농업도 이제 관행에서 벗어나 기술과 자본 집약적인 농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자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스마트팜, 디지털 육종 같은 신기술이 농업에 광범위하게 적용돼야 한다. 미래형 기술 농업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나가려 한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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