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밀양 파프리카 원격재배 … 생산량 30% 늘었죠"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2023. 7. 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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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형 아이오크롭스 대표
AI·로봇 등 첨단기술 활용
농장주 대신 농사 지어줘
고령화 농촌에 대안될 것

조진형 아이오크롭스 대표(33·사진)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농업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농장주를 대신해 온실을 원격으로 관리해주는 사업이다.

조 대표는 현재 경남 밀양에 있는 농장주를 대신해 비닐온실에서 원격으로 파프리카 농사를 지어주고 있다. 처음에 3000평 온실에서 시작했던 것이 지금은 전체 1만2000평 면적으로 확대됐다. 파프리카 재배를 위한 온도와 습도, 광량 등 전략적 결정이 필요한 사항은 서울 본사의 원격관리팀에서 맡는다. 본사에서 파견된 현장관리자는 원격관리팀의 지시를 수행한다.

조 대표는 "처음 계약한 3000평 농장에서 파프리카 생산량이 30% 늘어났고 품질은 20%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농장주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농장으로 계약을 확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농장주 입장에서는 온실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성과가 좋은 데다 작황 악화나 가격 변동 등 리스크를 직접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조 대표가 이런 사업 모델을 구상하게 된 것은 3년 전 네덜란드에서 열린 제2회 농업인공지능대회에서 3위에 입상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그는 대회 예선에서 2위를 하고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본선에서 3위를 차지한 디지로그팀의 일원이었다.

조 대표는 "네덜란드 대회 때 현지 유리온실에 토마토를 심어놓은 이후 코로나19가 터져 6개월간 단 한 번도 현장을 가보지 않고 재배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며 "그러한 원격재배를 일상적으로 할 수 있다면 새로운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농촌 현장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전문가의 원격 재배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조 대표는 "농촌 고령화로 농장에 대한 위탁관리가 필요한 농민이 늘어나고 있고, 기술 기반의 스마트농업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위탁관리 농장이 일반 농장보다 생산성과 수익성이 더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더 많은 농민이 위탁관리를 선택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사실 조 대표의 초기 사업 모델은 농장주를 대상으로 하는 데이터 서비스 사업이었다. 온실 내부에 각종 센서류를 달아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농가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유료로 제공하는 사업이었다. 그는 "대표적으로 파프리카나 토마토가 심긴 배지에 함수율(수분함유율) 측정 센서를 달아 최적의 물 공급량 정보를 농가에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런 정보를 유료로 구입하는 것에 대한 농민들의 거부감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후 지금의 농장 원격관리 쪽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조 대표는 앞으로 원격관리 농장 숫자를 늘리고 인공지능(AI)과 로봇 활용도를 높이는 쪽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는 이번 박람회에 작물 생육을 파악하고 병해충을 탐지하는 스마트팜 로봇 '헤르마이(Hermai)'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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